1.자. 나가볼까. 더위는 많이 잦아들었다. "꼿 돟코 여름 하나"인 계절까지는 아니더라도, 이정도 날씨라면 밤운동 하기에 나쁜 날씨는 아니다. 밤에 뛰는 호수는, 낮의 모습과는 또 다른 운치가 있다. 고즈넉한 잔영들과 파스텔톤 가로등들이 발길을 이끈다. 곧 이곳도 알록달록 운동복과 모자와 이어폰을 낀 사람들로 북적이겠지만, 그런들 어떠랴. 땀 흘린 후 상쾌함을 바라는 마음이야 누구나 같을 것을. 나는 평소처럼 안경을 벗고 호수공원으로 나섰다. 요 며칠, 눈길이 가는 처자가 있다. 대략 자시 경에 자주 눈에 띄는데, 운동에 충실한지 흐트러지는 실루엣이 보이지 않는다. 피부 또한 백옥같고 어찌보면 빛나는 듯 하며, 발걸음 옮길수록 긴머리가 들썩들썩 하는 것이, 마치 망아지가 들판에서 뛰노는 듯 하다. 갸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