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기물을 쓰고 싶지 않았다. 공포물을 쓰고 싶지 않았다. 고어물을 쓰고 싶지 않았다. 알 수 없는 일이 일어난다던가 갑자기 무서운 것들이 튀어나온다던가 팔다리가 부러지고, 근육이 짓뭉개지고, 혀가 뽑히고 내장이 튀어나오고 뇌조직이 흘러나오고. 처음에는 재미있었다. 내가 쓴 글을 사람들이 읽는구나. 재미있어 해 주는구나. 댓글도, 좋아요도, 팬레터도 주는구나. 원고료도 받고, 편집자는 굽실거리고, 좋은 집도, 큰 차도, 술과 약과 여자도. 이렇게 쓰면 더 재미있어 하겠지. 이렇게 비틀면 좋아요를, 댓글을 더 쓰겠지. 이렇게 뜯고, 부러뜨리고 갈라내고 터뜨리고 쥐어짜면 모두들 더 열광하겠지. 모두들 더 흥분하겠지. 안다. 사람들이 더 열광할 거라는 걸. 하다보니 알게 되었는 걸. 나의 열정이 그들의 광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