엊그제 택시를 탔다. 나는 대부분 택시타면 앞좌석에 앉아 기사분과 이야기를 하는데, 이분은 택시 하신 지 얼마 안 되는 분인듯. 나이도 그리 많지 않았다.
처음엔 나이가 젊어서, 회사 택시 ( 택시는 개인택시(쉽게말해 자영업)와 회사택시(종업원)가 있다.) 를 타는 분인줄 알았다. 근데 개인택시라고 하셔서 , 능력 좋다고 말씀드리니 면허를 샀다고 하신다.
현재 택시는, 시 정책에 의해 운행 가능 대수를 줄여가는 추세이며( 이렇게 된 지 꽤 됐다.) 그로인해 새 택시 면허는 발급이 되지 않는다. 옛날(80년대까지) 에는 법인택시( =회사택시 )를 6년~10년( 처음엔 6년이었다가, 마지막엔 10년으로 늘었다.) 타면 개인택시 면허가 발급이 되었는데, 이제는 그마져도 없어져서, 만일 새로 택시를 하려는 사람이 있다면 면허를 새로 발급받는( = 택시 운행수가 늘어남) 건 불가능하고, 이전 사람이 택시 운전을 그만두는 걸 기다렸다가 면허를 사야 한다.
헌데, 내가 알기로 이 면허 가격이 대략 2002년 정도에는 5000~6000만원에 거래되었는데, 어느새 8000~1억 정도로 오르더니, 이번에 말씀을 나눈 기사분은 1억2천을 주고 샀다고 한다.
흠. 1억2천이라.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이 기사분은 만족하고 계신단다. 뭐 그렇다고 생활에 100%만족해서 매일매일 엔돌핀과 도파민이 넘쳐흐르는 파라다이스는 아니지만, 대략 51/49 정도로 현재의 결정을 잘했다고 보고 계신다 하신다.
자. 그럼, 택시 수입은 얼마나 될까?
이전에 다른 택시 기사분께 여쭈어 본 거랑 이것저것으로 추론해 보면, 택시의 생할 패턴과 노동, 수입은 이렇다.
택시는 12시간 운전과 24시간 운전이 있다. 운전이 힘들고 안 힘들고를 떠나서( 사실 무지 힘듬 ) 매일 9시 - 9시 ( 09시 ~ 21시 ) 에만 운전하는 게 아닌, 3교대로 돌아가면서 낮 - 밤을 번갈아 운전한다. 즉, 근무시간대가 고정되는 게 아니고, 매일 바뀐다. 그리고 돈 많이 벌려고 하는 경우는 3교대가 아닌 2교대로 도는 경우도 있는데, 이 경우는 24시간을 운전만 하고, 그 다음에 24시간을 쉬고, 또 다시 24시간을 운전만 하는 경우다.
그냥 들어만 봐도, 노동강도가 적다고는 할 수 없지만....흠.... 사실 자영업자들도 노동강도 빡세기는 마찬가지니까.
그럼, 그거 해서 돈 얼마 버느냐?
이전에 말씀하신 분 이야기 들어보면, 부지런히 뛰면 월 250은 번다고 한다.
근데 이게.... "부지런히" 뛰어야 된다는 게 함정.
무슨소리냐면,
1. 낮 근무조는, 저 돈 못 번다.
아까 근무조 돌아간다는 이야기는 했지? 근데 택시 낮 손님은 밤 손님과 달라서, 대부분 단거리라는 게 함정. 고로 근무시간을 낮으로 선택하면, 절대로 저 돈 못 번다고 한다.
2. 편하게 운전하면, 저 돈 못 번다.
택시 운전 하시는 분들은, 특정 시간대에 손님이 많은 곳을 어느 정도 꿰고 있다고 한다. 근데 , 당연하지만 내가 아는 목좋은 곳은 남들도 알고 있는 경우가 많아서, 그런 곳은 택시 경쟁률도 세다.
강남역이나 호텔 같은데 보면, 택시가 줄서서 기다리고 있지? 이게 다 그런거다 ( 공항은 좀 다름. 공항은 조폭들이 나와바리 접수해서 직접 운영하기 때문에, 공항에서 택시 타면 안됨 )
근데. 이게 단순히 손님 "확보" 할 수 있다는 것 이외에도, "기름값 안 쓰면서 운전 쉬면서 대기하고 있다가, 손님 타면 운전한다" 는 엄청난 장점이 있다. 즉, 운전을 "쉴 수" 있다는 것.
그런데, 아까도 이야기했지만 이런 곳은 경쟁이 치열하기 때문에, 시간당 태울 수 있는 손님의 수가 떨어진다. ( 업계 용어로 "회전률" 이 떨어짐 ) 그러므로, 이런 곳을 운행해도 위의 금액을 손에 넣기란 쉽지 않은 것( ... 꼭 그런 건 아닌 듯 한데, 일반적으로는 그렇다는 이야기 )
자, 그럼, 24시간 혹은 12시간 + 2교대 / 3교대 + 격일 (혹은3일) 휴무로 일하고, 250만원을 받는게 좋은 건가? 나쁜 건가?
사람마다 기준은 다르겠지만, 일단 계산해 보자.
1억 2천을 사용햇으니까, 그에 대한 매몰비용(기회비용)은, 최저 은행금리로 잡으면 약 5% 정도 된다. ( 은행금리는 3.5%정도이지만, 1억 정도면 5천만원씩 분산하면 5%정도는 수익나게 만들 수 있다. ) 그럼, 250만원 수익 1년치인 2750만원 , 종합소득세( 약 300만원 ) 떼면 2250만원 ( 종합소득세 과세표준 참고 ) . 1억 2천의 5% 떼면 1650만원.
1650만원을 벌기 위해, 격일로 쉬면서 24시간을 운전하는 게 좋은건가... OTL..
하지만 이 업종의 장점은, 은퇴가 없고 특별한 기술이 없어도 ( 운전기사분 본인의 대사임 ) 지속할 수 있다는 거니깐.
그렇다면, 만일 1억 2천으로 다른 가게를 한다면 어떨까?
일반 자영업 - 식당 등 - 을 연다고 하면, 대략 5천에서 8천까지는 권리금으로 소모된다.
장사 그냥 그저그런 분식집을 인수해서 새로 식당을 연다고 가정하면, 권리금 대략 5000( 대충 잡은거임 ) 잡고, 인테리어 2000. 부부 둘이서 사람 하나 쓰고 장사하면, 대부분 버는 돈은 125만으로 알고 있다.( 현실이다. ) 가게가 자기 건물이라서 월세를 안 내도 되는 경우에는 수익을 250까지도 보는 거 같은데. 자세한 통계를 얻을 길이 없다. ( 권리금 계산은 요기 를 참고. 대부분은 가게의 1년 수익 + 시설비용 정도를 권리금으로 잡는다. 그나마 경기가 불황이라, 권리금도 떨어지는 추세. )
결국, 8000 ( 처음 가게 열때 재고비용 1000정도 더 들어가니까 ) 정도 들여서, 한달 125만원 ~ 250만원 정도 버는 거다.
거참... 둘다 애매하군. 택시 계산했을 때 나온 금액인 1650만원에 황당했는데, 식당 계산해서 나오는 125만원을 보니, 오히려 택시가 잘했다는 생각이 드는구나.
식당에 대해 조금 더 쓰자면, MBC 2580에서 대한민국 자영업자의 현실에 대해 나온 다큐가 있었는데, 거기서 현상유지하는 식당의 한달 순수익이 250만원이었는데, 문제는 이 250만원이,
1. 자기 건물. ( 즉, 식당 주인이 건물주임 )
2. 일하는 사람은 사장 + 부인 + 직원 2명 해서 4명.
3. 주인 부부의 인건비는 0원( 계산 안 함 )
4. 7일 영업( 휴일 없음 )
의 조건이라는 것. 뭐, 경영기법의 문제도 있을 수 있고, "내가 해봐서 아는" 가카의 복음처럼 경쟁력을 높이지 못해서(ㅆㅂ!)일수도 있겠지만, 경쟁력 높으면 택시랑 식당 사이에서 고민 안 할거 아냐....
이상 끝. ( 나중에 개발자의 테크트리인 통닭집도 한 번 분석해 볼까? )
추신 : 최근에 택시 탔을 때 다시 한 번 여쭈어 보니, 요즘 영업용 택시 시세는 6500만원(서울), 1억(경기도) 정도 된다고 한다. 고로, 본문에 쓴 운전기사 아저씨는 음.... 사기당한거? @_@
근데, 택시 사고 파는 건 가격이 이미 공개되서, 거의 사기당할 일이 없다는데? 사기치는 사람도 요즘에는 별로 없고.
왜냐면, 6500만원 생각하면 평범한 분식집이나 통닭집보다 낫거덩. 분식집이나 통닭집은 최소 3명 (주방 1, 홀 + 카운터1, 배달 1 ) 있어야 하는데, 택시는 1명만 있으면 되니깐. 대략 계산해도 6500 * 5% / 12 = 기회비용손실(이자비용)이 한달 27만원 정도니까, 한달에 200만원 벌면 170만원 정도는 수입으로 되는 거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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