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줄요약 : 이제와서 아버지 역활 하려고 하지 마.
[ http://movie.daum.net/moviedb/main?movieId=105776 ]
오랜만에 영화 리뷰다. 살짜쿵 설렌다. 영화 내용을 이야기하긴 하지만, 스포일러 수준까지는 안 가고 이야기 가능할 거 같다. 들어가보자.
연상호 감독의 전작인 "사이비" 를 워낙 인상깊게 봐서, 염력을 보려고 벼르고 있었다가, 운 좋게도 시간이 나서 보게 되었다. "서울역" 은 극장에서 놓쳤지만, "염력" 은 놓치지 않았다.
결론부터 말하면, 판타지에서나 해피앤딩을 만들 수 밖에 없었던, 현실을 생각하면 슬픈 영화다.
영화는, 약수터에서 운동하던 중년의 남자에게 갑자기 초능력 - 정확하게는 염력 psychokinesis - 가 생기면서 벌어지는 일에 대한 이야기이다.
아마 영화 제목이나 포스터를 보고 영화에 기대를 했던 사람들이라면, 영화를 보고 굉장히 불쾌해 할 꺼다. 숨겨왔던 개그본능 배우 류승룡씨가 연기하는데다가 아닌 것 처럼 촬영 내내 밝은 톤으로 영화를 그려 놨지만, 영화 내용은 굉장히 우울하다. 한여름 불지옥에 1리터짜리 얼음짱짱 아이스커피 마시러 왔더니, 펄펄끓는 냉면육수 내놓는 느낌...정도?
어느정도냐면, 영화 첫 장면 중에 이런 게 있다.
1. 은행 청소하는 아주마이가 청소하다 목마른지 은행손님용 봉지커피 스틱을 보고 마실까 말까 고민때림.
2. 건물 경비원인 주인공(류승룡)이, 봉지 커피 집어서 타 주면서 "먹으면 어때? 나도 먹는데?"
3. 결국 청소 아주마이가 봉지커피 가져다 마시는데, 은행 직원이 발견
4. "손님 마시라고 준비한 걸 니가 마시냐? 똑바로 안해?" 라면서 신나게 갈굼. 듣고있으면 짜증날정도.
엄청 거북하고 불편하다. 확 깬다.
영화 보고 나서 평점 쓰려고 보니 5점. 게다가 평은 다 "천편일률" 이라 카는데. "사이비" / "돼지의 왕" 을 본 사람들이라면 이런 말 못 할 꺼다. 오히려 순화해서 이야기 해 주는 느낌마저 드는걸. 물론 민주주의 국가에서 영화 평가는 순전히 개인의 자유이긴 하다.
자. 들어가자.
1.
영화를 볼때 "초능력 쓰는 액션 영화" 로 보면 매우 재미없다.
영화의 특수효과나 배우의 연기가 어설프단 뜻이 아니다. 액션이 중요한 게 아니란 뜻. 아래 두 가지를 생각하면서 보면 더 잼나게 볼 수 있다.
1.1. 개인의 힘은 국가를 넘어설 수 있을까?
1.2. 개인의 폭력과 국가의 폭력. 이 둘은 다른 것인가? 같은 것인가?
2.
이 영화를 보면, 아마 생각나는 사건이 있을 거다. 용산참사. ( 허핑턴포스트 글 ) 경찰과 철거민이 가카와 국가 권력에 의해 희생된 사건.
영화는, 이 사건의 끝을 해피엔딩으로 만든다. 하지만 그 방식은 철저한 판타지일 뿐이다.
[ 현실은 시궁창 ]
나는, 끝 장면에서 울었다. 남들은 영화 털고 일어나는데, 난 눈물이 나더라. 무슨 감동적인 장면이나 반전이나 그런 게 있어서 그런게 아니다. 그렇게 평범하게밖에 만들 수 없었던 현실이 그냥 슬펐다.
분명히 감독은 해피앤딩으로 만들고 싶어서 그런 식으로 끝냈겠지만, 내 머릿속에 든 생각은, "저렇게 어설퍼 보일 정도로 평범하게 끝맺음을 할 수 밖에 없을 정도로, 현실은 시궁창이었다. 부조리했다. 어쩔 수 없었다. 결국 개인의 능력으로는, 국가의 힘을 이길 수 없었다" 라는 감독의 이야기가 느껴젔다는 것.
3.
연기는, 명불허전. 특이한게 출연한 주연/조연 말고도, 엑스트라까지도 전부 다 연기력이 뛰어났다. 카메라에 비치는 모든 사람들의 연기가 전혀 허투르지 않았다. 단 한 장면, 단 한 씬만 나오는 사람들까지. 예를 들면 장례식장에서 심은경 씨가 용역 깡패들하고 싸우는 씬이 있다. 그리고 나서 중년 아주마이가 심은경씨를 위로하는데, 연기를 어설프게 넘어가지 않는다. 깜짝놀람. 주연들의 연기는 말 할 것도 없고.
연기에 관해서는, 이런저런 여담이 있다.
3.1. 연상호 감독님의 연기 지도가 매우 뛰어났다고 배우들이 이야기했다. 거의 전문 연기자 수준이었다고.
3.2. 류승룡씨는 이 영화를 찍기 위해 10 ~ 15kg 정도 찌웠다고 한다. "평범한 찌질이 중년남자 아재" 를 연기하기 위해서라고.
3.3. 심은경씨가 연기하면서 "자신도 몰랐던 표정이 있었다" 고 했다. 영화 보면 감정을 아주 깊게(세게) 표현해서, 연기 이후에 빠져나오는 게 쉽지 않았을 거 같은데, 실제로는 매우 화기애애 했고 감정 전환도 쉽게 됐다고 한다.
3.4. 악역 역할인 정유미 씨 - 홍상무 - 가 식당에서 철거용역 사장(김민재 씨) 과 업무 보는 장면이 있는데, 그 때 도와주는 경호원 역으로 나오는 분들이 있다. 근데 그 여자 경호원 분 포스가 ... ㅎㄷㄷ. 표정, 연기, 박력, 절도, 카리스마, 뭐 하나도 빠지지 않는다. 찍으면서 "진짜 때린거 아냐?" 라는 생각을 잠깐 함.
3.5. 심은경 씨가 "부산행" 에 나왔단다. 기억이 없어서 찾아보니, 영화 맨 처음의 가출 소녀가 심은경씨 연기였다고. 전혀 몰랐는걸?
4.
영화 평 중, 감독의 용기를 높게 산다는 평이 있었다. 그러니까... 부산행으로 천만 넘께 찍고 외국 콜도 받았으니 평범한 영화 찍어서 안정적인 작품 갈 수 있었는데도, 모험을 감행했다고. 그 용기를 높게 산다고 써 있더라. 생각해 보니 그럴만도 하더라.
단, 영화 망한 건 확실한 듯. 150억 들었고 350만 명 정도는 되어야 손익분기라고 하는데, 현재 98~99만명 수준.
이정도. 더 쓰자니 주절주절 애매하고, 영화가 흥하지 못해서인지 덕질 할 자료도 충분치 않다. 아래는 영화 관련 사진들.
[ 포스터에 속지말자. 표정은 개그지만 내용은 우울함. ]
[ 주인공은 별볼일 없는 건물 경비원, 가정을 내팽개치고 해맑은 얼굴로 청소부 아줌마와... ]
[ 갑자기 초능력이 생겼다. ]
[ 주인공 딸. 집 나간 아버지 대신 굳세게 살아보려는데]
[ 건물주가 땅 넘겨서 철거 용역에게 쫒기는 신세]
[ 변호사는 힘이 되어 주지 못한다. 법은 멀고 주먹은 가깝다. ]
[ 초능력은 주먹보다 더 가깝다. 갑자기 생긴 능력으로 가족을 지킨다. ]
[ 집 나간 아버지는 다시 아버지 노릇을 하기 위해 ]
[ 염력을 마술이라고 속여서 돈벌이 궁리중 ]
[ 딸에게 쓸데없는 짓 한다고 대차게 까인다. ]
영화 설명이던 드립이던 하려면 후반부 스틸샷이 필요한데, 아예 없다. 경찰 진압 장면이 굉장히 위압감 있게 나오는데 아쉽다. 혹시 공주님이나 가카에게 쫄았나? 어떻게 후반부 스틸샷이 단 한 장도 없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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