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을 타고 가는데, 어떤 사람들이 "우리는 필리핀 사람들을 돕습니다. 기부해 주세요." 라면서 지하철에서 기타를 치고 노래를 불렀다.
[ 이런 느낌의 외국사람이 3~4명 몰려다니는 느낌. 머릿수가 깡패. ]
고성방가와 함께 기부를 바라는 행위는 무릇 각설이부터 종교단체까지 옛부터 내려오는 전통적인 구걸 자선 요청 행위이지만, 이번에 본 그들이 다른 점은 기부를 적극적으로 "요청" 했다는 점이다.
가만히 보고 있자니 흥미가 동하여, 행동을 관찰한 후 기록으로 남긴다.
1. "요청" 은, 심리학적으로 상당히 효율적인 행위다.
심리학적으로, 사람은 요청받으면, 해당 요청을 쉽게 거절하지 못한다.
특별한, 혹은 명확한 거절의 "명분"이 없을 경우, 통계적으로 일반적인 인간은 요청에 대해 거절하기가 상당히 힘들다. 더구나 이 경우, 상대방은 "남을 돕자" 라는 "착한 명분" 을 대의로 세우고 있다. 이 경우, 이를 명시적으로 거절할 경우, 거절하는 내가 "나쁜 놈 or 년" 이 되어 버린다.( 거절하는 나의 기분이 그렇다는 거다.)
고전적인 방법인 "썬그라스 + 지팡이 + 주님의 노래" 나, 비교적 새로운 전략인 "젖먹이 등에업고 구걸" 혹은 "저는 장애인입니다" 전법의 경우, 구걸의 상대방이 되는 내가 무시하면, 상대방이 달려들지 않는다.
[대한민국의 상황과 다를바 없게 느껴진다면, 그것은 당신의 착각....이 아닐지도. -_-;;]
즉, 내가 원숭이 세마리 전략( 귀 멀고, 눈 멀고, 입...이건 아니구나 ) 을 쓰듯이 "안 보이는 척" 하거나 "안 들리는 척" 하면서 괜히 광고에 집중하거나 갑자기 피곤해서 자는 척 하거나 열심히 스마트폰으로 음악 들으며 눈감고 감상한다면, 그들은 별다른 방법을 더 취하지 못하고 그냥 지나간다.
["호갱"님이 "스마트폰 삼매경"스킬을 시전하셨습니다. ]
[ 앞에서 세 번째 원숭이까지만 보자. 네번째는 무시. ]
하지만, 이들은
1.1. 고객의 눈높이에 맞추어 눈을 바라보며
1.2. 고객이 잘 들리도록
"도와주세요. 우리는 착한편임."
하고 있다.
[ 위 짤방과 아래 짤방이 너무 차이난다면, 그거슨 드립력이 딸려서 그런거임. ]
아까 이야기 한대로, 저쪽은 많고 나는 독고다이다.
물론 그들이 동네 양아치 일진처럼 우르르르 몰려가서 "돈 내놔 이 빵셔틀아" 뭐 이러는건 아니지만서도, 머릿수가 많다는 사실 자체는 절대로 변함없다.
상상해 보자. 한 사람이 괜히 나에게 다가와 "기부안하면 너님 나쁜넘 필리핀 사람 도웁시다." 하는 거랑, 뒤에 병풍으로 여러 사람 둘러서 있는 상태에서 한 사람이 나에게 다가와 "도웁시다" 하는 거랑 같냐?
게다가 그 병풍들이 나를 주목하고 있다면?
마치 한 번 거절하는 게 아니라 여러번 거절하는 듯한 심리적 압박감을 느끼게 된다. ( 당신은 한 번 나쁜놈 되는게 아니다. 네 번 나쁜놈 된다.)
그럼, 이게 얼마나 짭짤한 전략인가? 견적 좀 때려보자.
내가 보고 있자니, 그들은 4명이서 지하철 의자 한 줄 당 한 번의 기부를 이끌어 내고 있었다.
지하철 한 량에 긴 좌석은 6개가 설치되어 있다. 노약자석은 기부를 이끌어내지 못한다고 가정하더라도, 그들은 지하철 한 량에서 대략 6회의 기부를 받는거다!
만약, 기부 한 사람들이 한 번에 단 천원만 넣는다 하더라도, 한 량에 6000원의 수확 -기부-를 얻는다.
지하철은 평균 8량 ~ 10량. 중간값인 9량으로 잡으면 그들은 대략 한 차에 9 * 6 = 5만4천원의 기부를 얻는 거다.
지하철 한 차 모두 도는 데 얼마나 걸릴까? 10분? 20분?
넉넉잡아 30분으로 쳐도, 무려 30분에 5만원! 시간당 10만원이 넘는 매출을 올린 거다! 그 중 알바 수수료가 10%라면 시간당 만원임.
[시급으로 밥 한 끼도 못 사 먹는 알바들과들과는 차원이 다르다.]
더구나 이 수익은 상당히 짜게 잡은거다.
기차 차량이 길거나(2호선, 출퇴근시간)
사람들이 돈을 더 넣거나( 천원짜리 대신 오천원짜리 )
한 차 움직이는 데 30분이 아니라 20분이 걸린다면, 수익은 훨씬 더 커진다!!
(생각해봐라, 지하철 10회 돌면, 하루에 매상 백만원 이상. 수입 십만원 이상. )
한 가지 더 있다.
저 사람들.... 자원 봉사일까?
한국에도 있는지 모르겠는데, 외국에는 "기부금 모아오면 수당 주는" 직종이 있다.
물론 그 사람들이 자원봉사일 가능성도 얼마든지 있다. 하지만, 기부금의 일정 금액을 수당으로 가져가는 "계약된 기부금 모금자"일 가능성도 있는거다.
사실, 기부 단체 입장에서야 기부금만 잘 모으면 되니까, 효율이 좋다면 기부금 중 일부를 수수료로 지불하더라도 많은 금액을 모으면 그게 남는 장사다.
하지만, 그건 그거고, 수수료는 수수료지. 뭔가 업자 삘 나는게 그리 상콤하기만 한 건 아니란 말야.
마지막으로, 이게 가장 큰 건데,
그 사람이 기부를 부탁했는데 당신이 "싫어요" 라고 거절했다고 해서, 그것이 당신이 나쁜 사람이라는 것을 증명하는 건 아니라는 거다.(물론 기분은 더럽다. 그건 인정.)
예를 들면, 나는 정기적으로 기부를 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대부분의 부정기 기부 요청은 받아들이지 않는다.
그럼, 정기 기부만 하고 부정기 기부를 거부하는 나는 나쁜 사람인가?
아니, 기부를 안 하는 사람이 기부를 거부하면 나쁜 사람인가?
이상 관찰 + 고찰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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