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궁합 (2018) The Princess and the Matchmaker

(주)CKBcorp., 2018. 3. 11. 1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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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줄요약 : 러브러브한 조선판타지.



[ 영화 분위기를 - 그나마 - 전해주는 포스터. 만일 당신이 "어짜피 이승기 심은경 영화 아냐?" 라고 생각한다면, 정답. ]

http://movie.daum.net/moviedb/main?movieId=95501


아마 이 영화도 무리 없이 - 스포일러 없이 - 리뷰를 쓸 수 있다. 사실 스포가 중요한 영화는 아님. 

글 쓰면서 설레지는 않는다. 별로.. 심은경 씨 나온데서 기대했는데 실망. 들어가보자.



1. 기대하면 지는거다. 


심은경 씨 + 관상 제작팀이라메. 혹시 제작팀 일부만 남은거 아냐? 기존 제작진 빠졌다던가... ( 뒤져보니 감독이 다르다. ) 확실하고 절대적으로 말 할 수 있는데, 관상 기대하고 보면 100% 실망. 그냥 가볍게 보고 넘길 생각으로 가야 된다. "이거 극장 내려가기 전에 꼭 보자. 일정 조정해야 됨!" 라고 생각한다면, 그냥 너님 할 거 하고, 바쁜일 처리 하고, 딴 거 볼 거 보고 나서 보자.



2. 심은경 씨는 왜 이 작품을 고른 거지? 


그러니까, 티켓 파워도 있고, 연기도 잘 하고, 분석도 잘 하고, 연기에 대한 열정도 있는 분이, 왜 이걸 고른 거야?



[ 연기를 잘 하면서 작품을 잘 못 고르는... 하면 생각나는 사람 있지? ]



3. 심은경 씨의 총체적 난국.


이상하게, 이 작품에서의 심은경씨는, 연기가 엄청 튄다. 게다가 각본까지 이지경이니, 그 각본의 어설픈 분량까지 본인이 뒤집어쓰는 형국이다. 



4. 사극 만들기의 어려움 + 설정 덕후의 자기만족.  


이 작품을 보면서, 사극을 만드는 게 얼마나 어려운 건지 생각해 보게 되었다. 여러 생각이 들었다. 심란하다... 라는 표현이 맞겠지. 



5. 여성향.


딱 보고 이생각 들었다. 남자가 봐서 재미있을 영화는 아니다.... 러브러브 가 중심이라, 아침드라마 / 주말드라마 짜증나서 안 보는 사람들이 볼 영화는 아니다. <- 아침드라마를 짜증내면서 챙겨보는 당신이라면, 재밌게 볼 수 있을듯?


1, 2, 3, 4 번이 다 엮어 있어서, 모두 같이 풀어야 이야기가 된다. 5번은 좀 별개... 어쨋던 들어가보자.



11. 심은경 씨의 톤.


정확한 기억은 아닌데, 염력(2018) 관련 자료 찾아보다가, 심은경 씨가 "사극 연기를 해 보고 싶었다" 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근데 그걸 "궁합" 으로 풀었다고. 

'아니. 그정도로 바라던 연기였다면, 왜 그렇게 한거야...?' 라고 생각날 정도로, 너무 연기가 튄다. 그냥 보면 알거다. 그러니까... 연기가 어떠냐면, 바다 건너 옆동네에서 만화를 실사화 하잖아? 그런 영화에서 오버 톤으로 연기하는 주인공이 딱! 생각난다. 



[ 적절한 짤이 사무실에... 집 컴퓨터에 없다. ] 


이해는 한다. 심은경 씨 정도 되는 업력의 배우가, 정말로 저렇게 튀는, 어긋난 연기를 할 리가 없으니까. 

배우 본인 혹은 감독이 일부러 저런 톤으로 연기를 한 거다. 캐릭터를 분석해 본 결과 저런 톤으로 연기를 해야 한다고 판단했던 것. 근데, 보는 관객은 심기가 불편하다. 매우. 


아마 해석해 보면 이런 걸꺼다. 여주인공은 신분이 '옹주' 이니까, 평민의 말투는 사용할 수 없었을 테고 궁중의 고상한 말투가 필요했겠지. 영화 보면 여자 주인공은 매우 어릴 때 - 연령대로 보면 4 ~ 5 세 정도 - 에 궁에 들어온다. 그리고 10대 후반까지 궁에서 옹주로 성장. 게다가 궁에서 밖으로 나간 적이 없는 듯. 그러므로, 일반 평민의 말투를 알기가 매우 힘들다. 여기까지는 추측 가능하다. 

아마 이러한 연유로, 배우인 심은경 씨 혹은 감독은, 궁중의 고상한 말투를 BASE 로 사용하는 것을 설정했겠지. 

하지만 옹주인 여주인공 의 성격은, 그냥 가만히 앉아서 주어진 운명을 받아들이는 스타일이 아니다. 적극적으로 움직여서 운명을 개척하는 활동파. 그러니까.... 말괄량이 공주님 느낌? 에리얼 이나 뮬란... 뭐 그런 느낌. 

그러므로, 고귀함만을 느끼는 전형적인 궁중 말투를 쓰는 건 캐릭터를 살릴 수 없다.... 정도 되겠지.


이해는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이도저도 아닌 이상한 말투가 나와버렸다. 과연 이게 최선이였을까? 

차리리 드라마 동이다모 에서처럼 고증 따위 버려버리고, 심은경씨 말투에서도 톤을 고증과 관계없이 끝까지 밀고 나갔다면 더 나았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궁합" 에서 여주인공의 말투 톤은, 분명히 말하지만 실패다.


신기한게, 그에 비해 이승기 씨의 말투는 어색함이 없다. 


생각나서 찾아보니 이승기 씨는 영화가 두 작품밖에 없다. 물론 TV를 많이 했으니까 기본적으로 연기가 익숙하긴 할테지만, 그래도 의외인 게 이 영화에서는, 여주인공 심은경 씨 보다 남주 이승기 씨의 연기가 훨씬 자연스럽고 편안하다. 

직급 설정 때문인가? 라고 이야기 할 수도 없는게, 남주 또한 낮은 직책이 아니다. 관상감은 아니지만, 감찰관( 정 6품 )이니까, 지금의 4 ~ 5급 사무관. 민간회사라면 과장이나 부장 정도 된다. 궁에서 근무하니까 높다고 보는 게 맞겠지.

하지만 이승기 씨의 톤이나 대사 치는 방식은, 그리 어색함이 없다. 연기를 잘 한다 / 못 한다의 의미가 아니라, 2018년 현대인인 우리가, 18세기 숙종 시대의 말투를 듣는데 '어? 저거 고어체 아니네?' 라던가, '뭔소린지 모르겠는데?' 라는 부정적긴 느낌이 없다는 것.


이승기 씨보다 업력이 높은 심은경 씨가 이걸 놓쳤다니, 뭔가 이해가 안된다. 그리고 연기하는 걸 듣고 있으면, 짜증이 밀려온다. 너무 튄다. 


그럼 연기는 잘 하느냐.... 글쎄. 이것도 조금 이상하다.



심은경 씨의 연기가 호평을 받은 건, 써니(2011) 에서의 귀신들린 연기나, 수상한 그녀(2013) 에서 젋은 주인공과 할머니의 두개의 얼굴을 한 화면에서 보여주는 연기 때문이였을 거다. ( 물론 100% 개인적인 의견 )




[ 20대의 얼굴과 몸으로 80대의 흥을 연기하는 내공 ]



그런데, 이 작품에서는 오히려 그녀의 연기 내공이 보이지 않는다. 아마 설정 실패 때문일 거라고 생각... 하긴 하지만, 심은경씨의 연기력을 기대했던 나로서는, 너무나 아쉽다. 아마도 심은경씨의 다른 작품들을 안 보고, 이 작품에서 심은경 씨를 처음 접한 사람이라면, 심은경씨를 '그저 그런 연기자' 로 생각했을 껄?


이렇게 기대가 깨진 게 심은경 씨 하나 뿐만이 아니다. 각본은, 이뭐병...까지는 아니더라도, "이렇게밖에 안됐을까?" 라는 생각이 끊임없이 들었다. 아마도 그만큼 "관상"에서의 기대치가 높아져서 였겠지.



영화는, 옹주( -> 왕의 정실이 아닌 측실의 여자 자손. 공주 아래. 왕의 서녀(庶女) 쯤 된다. 남자라면 서자. ) 가 자신의 신랑감을 눈으로 확인해 보기 위해, 궁을 탈출하는 게 큰 줄거리가 된다. 물론 뒤에 가면 주말드라마에서 충분히 상상할 수 있는 줄거리로 연결되는데... 



굳이, 사람들이 상상할 수 있는 결말을, 이런 식으로 찍어야 했나? 

줄거리가 뻔하다고 해서 뭐라 카는 게 아니다. 어짜피 로맨스 영화라는 게 다 남주 여주 연결되는 희극이거나, 여주 남주 헤어지는 비극이겠지. 

하지만, 그걸 꼭 이런식으로 찍어야 했을까? 결말은 예상할 수 있었지만, 그 화면을 꼭 이런 식으로 구성해야 했을까?

그러니까, 달달한 로맨스를 보여줬다 해서 그걸 통속적이네, 전형적이네 하고 뭐라카는 게 아니라고. 


'관상' 을 만들었을 때의 그 규모, 기획력, 스릴, 구성, 전달력들은 도대체 어디 써먹었냐 말이다. 이렇게 연기 잘 하는 배우들을 가지고. 도저히 동일 스태프들이 만든 영화라고 생각할 수가 없다. 아니면 스태프는 동일한데 각본가와 감독만 바뀐 걸까?


최소한, 옹주라면, 국가를 운영하는 관료집단의 수장의 혈족으로서, 얼마든지 궁 내부의 갈등이라던가, 지위에 대한 고민이라던가, 제 1 권력자와의 충돌이라던가, 그런걸 더 잘 그릴 수 있었지 않았을까?


[ 이 정도까지 바라는 건 무리였나. ]



영화에 전체적으로 흐르는 퓨전 사극 ( = 조선 판타지 ) 냄새에, 영화의 다른 캐릭들은 조선판타지 문법 = ( 연기 톤 ) 을 모두 다 따라가고 있는데, 심은경 씨만 너무 설정에 얽매이려 하신 게 아닌가 한다. 동이나 광해 톤으로만 연기하셨어도 훨씬 좋았을 거라고 생각하는데. 아쉽다.



12.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대 안하고 보면 좋다.

관상 때의 위엄은 개나 줘 버리고, 그냥 "시간때우기 위해 보는 가벼운 로맨스 코미디 영화" 로 생각하면, 그리 나쁘지는 않다. 심은경씨 연기 톤 빼고는 나름 볼만하거덩. 



13. 사극을 만든다는 것의 어려움.

좀 다른 이야기인데, 이전에는 생각치 못하다가, 이 영화를 보고 나서야 왜 영화 만드는 사람들이 "사극은 안돼. 흥행실패" 라고 이야기했었는지 이해가 된다. 


"왕의 남자" 이전의 충무로는, "사극은 안되" 라는 분위기가 있었단다. 그걸 "왕의 남자" 가 깼다고. 나는 "왕의 남자" 이전의 영화 - 영원한 제국? - 를 극장에서 본 적이 없어서 - 처음 본 영화관 사극 영화가 "왕의 남자" - 잘 와닫지 안았는데, 이 영화를 보니 확실히 알겠다. 


사극을 영화로 만들면. 흥행이 어렵다. 정확하게는, 영화의 배경을 현대가 아닌 과거로 만들어 버리면, 흥행이 어렵다. 시나리오 짜기도 버겁다. 배우의 캐릭터 분석도 힘들다. 

왜냐구? "현실의 관객이 보는 영화로서의 즐거움" 과, "현실을 흉내내야 하는 영화가, 지금 없는 과거를 추정하여 고증하는" 간격 사이에서 줄다리기를 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지. 무슨 소리냐고?

영화는 현실을 흉내내는 매체이다. 물론 기본적으로는 허구에 기반하지만, 너무나 허구만을 내세우면 돈 내는 관객들이 그 허구에 공감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허구이면서도 진짜인 척 흉내낸다. 

문제는 이게, 시나리오( 혹은 영화 ) 의 설정이 "과거" 가 된다는 거인데.... 이게 생각보다 문제가 많다. 


예를 들어, 조선 시대 주막의 한 끼 가격은, 현재로 따지면 얼마 쯤 될까? 


현재 물가 기준이라면 최소 10만원. 심하면 20만원도 될 수 있었다고 본다.( 조선시대 물가를 한끼에 1만원 수준으로 계산한 글을 본 기억이 나는데, 이건 연구자가 잘못 계산한 거라고 생각한다. ) 무슨 소리냐... 우리는 티브이나 극장에서, 조선시대 주인공이 여행하다 주막 들려서 밥 시켜 먹는걸, 21세기 기준으로 "사무실 직원들이 점심시간에 식당가서 백반 시키는" 감각으로 이해한다. 


전혀 그렇지 않다. 이건, 과학기술이 충만한 21세기의 시각 기준으로 과거를 추정하기에 생기는 오류다.


과거에는, 심지어 19세기까지만 해도, 단순히 "삼시세끼 밥을 굶지 않기 위해" 노예( = 한국버전은 "노비" ) 가 되는 경우가 있었다. 물론 동시대에 비교하면 조선의 농업생산 효율은 절대로 적은 수준이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그 생산량이나 부의 재분배 정도가 "정치 제도가 발전하여 부의 재분배가 일어나고, 화석 연료를 쓸 수 있으며 과학기술이 발전하여 고기를 삼시세끼 부담없이 먹을 수 있는" 현재와 같은 수준이라는 건 생각할 수도 없다.


즉, 과거라면, 배고플 때 주막 들러서 국밥 한그릇 먹고 간다는 행위가, 있을 수 없는 매우 부자연스러운 행위였다는 거다. 너님은 밥 한 끼가 20만원이라면, 움직이다 배고프다고 주막 가서 그거 먹겠냐? 니가 건물 서 너 개 쯤 소유한 엄청난 부자가 아니라면, 도시락이나 말린 음식 준비해서 먹겠지?


문제는, 이런 상황에서 러브러브한 데이트 장면을 찍어야 한다고 생각해 보자. 주인공이 조선시대에 둘이 쏘다니면서 광대 놀음 구경하고, 분위기 좋은 핫한 주막에서 같이 돼지국밥 먹고, 저잣거리에서 최신 명나라 노리개랑 화장도구 쇼핑하면서 깨강정이나 물엿단과자 먹으려면, 적어도 남주가 대지주 아들, 지금으로 치면 건물 몇 채 가지고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는 거다. 


현실은 냉혹하고, 고증은 엄격하다. 그럼, 이러한 환경에서, 현실 고증만 높인다면, 과거가 아니라 현재에 살고 있는 관객들이 이러한 내용을 이해할 수 있을까? 무엇보다 이러한 배경 지식을 알고 영화를 볼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고증과 설정을 따르자니 현재의 관객이 공감하지 않고, 현재의 관객의 문법에 맞추자니 과거의 고증에 맞지 않고. 당연히 고증에 맞지 않으면 관객은 대형 스크린의 환각에서 깨어나 "저 이야기는 가짜" 라는 걸 자각하게 되어 버리고, 그러면 영화는 폭망.



14. 그럼에도 불구하고, 로맨스 코미디. 


내가 "관상" 을 안 봤다면, 심은경씨가 여주인공이 아니었다면, 이렇게까지 영화를 까지는 않았을 듯 하다. 고증을 별로 개의치 않는 관객들이라면, 평범한 조선판 로맨스 코미디로 이해했을 것 같고. 아마 제작진도 여기에 방점을 두고 있는 것 같다.

분명히, 기대 안 하고 보면 재미있는 이야기인 건 맞아 보인다. 



15. 총평

아쉽다.



도입부가 너무 길었다. 영화 드립 들어가 보자.



[ 옹주가 있다. ]


[ 결혼해야 됨. 왕의 명령. ]


[ 궁합 봐야됨. ]


[ 공무원. 감찰관인데 ]


[ 투잡. 사주팔자에 능하다. 이걸로 먹고살아도 될 정도. ]


[ 옹주는, 결혼 전에 자신의 신랑감을 보고 싶었다. ]


[ 궐 밖의 인맥을 동원해서 ]


[ 신랑감들을 ]


[ 다이다이로 직접 확인 ]


[ 그 과정에서 ]


[ 새로운 취향에 눈뜬다던가 ]


[ 어린애를 위협한다던가 ]


[ 각종 약물에 능하게 된다던가 ]


[ 세작 細作 이 된다던가 ]


[ 여러 사건을 겪게 된다. ]


[ 여러분 이거 다 ~ 거짓말인거 아시죠? 영화 내용과는 약간(?) 다름.]



여담인데, 영문 제목이 왜 이모양인지 모르겠다. Matchmaker 는 중매쟁이고, 궁합은 사주팔자의 한 부류이니까 Fortune teller 정도로 해야 하는 거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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