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책/마실

홍대 유랑(流浪)기.( 유람遊覽기 아님. )

(주)CKBcorp., 2012. 1. 31. 1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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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왜일까? 기사를 보고, "홍대의 리치몬드 과자점"이란 빵집을 갑자기 눈으로 확인해보고 싶어졌다.
나는 홍대생도 아니고, 서울 촌놈이고, 상상속의 동물 과도 인연이 없는 터라, 이대 갈 일도 없고, 연대 갈 일도 없고, 홍대 갈 일도 없었다.
그렇지만, 기사 이야기가... 남 일 처럼 느껴지지는 아니하였다. 나 초딩때 살 던 동네를 갔을때, 그곳에서 같은 기분을 느꼈거덩. 

( 데자뷰? Version 2.0 ? 시즌 2? ) 


공덕시장, 만리동고개, 굴레방다리(굴다리), 기찻길, 목욕탕.
 


이것이 내 어릴 때의 기억이었다. 

그런데, 졸업 후 가 보니, 이건 뭐... 전부 때려부수고 난리부르스. 
게다가, 대형마트의 위엄( 이라 쓰고 블랙홀이라고 읽는다 ) 은 시장을 초토화시켜, 나같은 하찮은 개인이 굴다리시장과 공덕시장의 할머니, 아주머니들을 걱정하게 만들었다.( 신기하게도 시장에 아저씨는 별로 없었다. )
 

( 마트의 위엄. )

물론 대한민국은 자유민주주의 국가이고, 딴나라당이나 가카께서 말씀하시듯이 대기업 프렌들리, 비지니스 프렌들리 한 곳이며, 자유경쟁이 효율적이라고 믿고 계신 가카를 뽑은 건 대한민국 국민이니, 그 책임과 댓가를 치루는 것이야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그 이야기 하려는 게 아니고...

나는,
추억의 소실이라는,
데자뷰를,
이미 어릴 때 겪었다는 거다.



그래서, 애처로워 가봤다. ( 불쌍해서 가 봤다고 해도 상관없다. 사실은 사실이니까. )

코드를 짜 넣다 말고, 위치를 검색하고, 옷 주서 입고서, 집을 나섰다.
홍대 입구 9번 출구... 유랑기는 거기서부터 시작한다.


( 사람들은 많았다. 축하할 일이 아니라는 게 안타깝지만. )
 

( 그렇다는군. )

( 리치몬드 자체는 이미 기업이라, 이런저런 자회사(?) 들이 많은가 보다. )

( 평소대비 세 배 정도 사람이 몰렸다는 종업원 말씀. 원래는 가게 망하면 물건 땡처리 하는데,
역설적으로 계속 빵을 실어나르고 있었다. )
 

( "리치몬드 과자점" 앞의 "대한민국 명장" 간판도, 홍대 임대료의 위엄 앞에서는 소용없다. )

( 사람은 살아야 하고, 대한민국 국민은 먹고살기 바쁘다. )
 

( 하늘이 찌뿌둥 한 것이, 눈이라도 내릴 기세...라더니 바로 내렸다. )
 

( 물론, 삶은 계속되어야 하고, 돈은 감성적인 녀석이 아니다. )

( "홍익대학교 입구"의 줄임말인 "홍대입구". 그런데, 두 단어가 같은 의미로 느껴지지 않는다. )


( 물론, 대학교는 말이 없고, 이렇다 할 책임도 없다. 사기업으로서 당연한 일을 해 나갈 뿐. )

( 찻집 앞의 칠판에 그려진 처자는 귀엽지만, 대한민국의 현실은 귀엽지 못하다. 손님은 둘 중 어느 가게를 들어갈까? )

( 누군가는 사업을 접는다. 치우는 것 역시 누군가가 해야할 일. )

( 기분이 그래서 그런지, 눈 오는게 우울했다. )

( 옛날에야 수퍼라면 부잣집이었지만, 지금은 이름부터 마트를 흉내내냐  하는 힘겨운 싸움이다. )

( 신촌에 이런 곳이 남아있었나? 깜놀. )
 

( 그랬답니다. )


분명히 짚고 넘어갈 것은, "리치몬드" 와 SSM과는 상관없다는 것이다. 분명히 동네 빵집 문제와는 다르다. (이것도 쓰면 한타래 나오지만, 그 얘기 하자는 게 아니니까. )
리치몬드 과자점은 이미 "동네 빵집" 이 아닌 여러 자회사를 지닌 "그룹"이고, 지점도 아직 2개나 있다. 위의 사진을 보니 다른 사업도 하는 듯 하고, 주인 아저씨는 이미 "아저씨" 레벨이 아니라 "회장님" 으로 불리운다.
리치몬드 과자점이 사라진 것은, 그곳이 홍대였기 때문이다. 이런 곳에서 장사를 한다면, 객단가가 높은 걸 팔거나 회전률이 엄청 좋은 걸 팔아야 했을 테고, 노점이나 술집이 아닌 이상 그건 힘들었을 거다. 
즉, 리치몬드 제과점은 부동산 가격 때문에 "물러나는" 것( 지점은 또 있으니까 )이니, 망한 게 아니다.

하지만, 홍대 사람들은 어찌 생각할까.
또한, 홍대 근처에 자취했던 사람들은 어찌 생각할까.
혹은, 상상속의 동물인 여자친구와 함께 같은 시간, 같은 공간을 공유했을 홍대의 그 수많은 연인들은 어떠했을까.
아니면, 그 가게에서 알바했던 학생들.
수능을 치루기 위해 홍대를 가다가, 리치몬드 과자점에서 빵과 커피를 샀던 사람들.

그 모든 사람들의 기억은. 
이제 없다. 

그것이 불쌍할 뿐. 

흐름을 거스를 수는 없을지 몰라도, 안타까워 하는 것은 나의 권리이고, 나는 불쌍하다고 느끼는 것이다. 그 모든 사람들을. 




덧글 : 공덕시장이 족발타운으로 유명해져서, 그나마 안심. 정총무께서도 왕림하셔 주시고... 그나마( 하지만 역시나 할머니들은 전멸. OTL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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