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영업은 여름 한 철 장사다.

(주)CKBcorp., 2016. 7. 16.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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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ckbcorp.tistory.com/1031 와 관련있는 글이다. 참고.


여기서의 자영업은, 밥집, 옷가게, 카페, 호프 등등의, "사업 규모가 아닌 개인의 능력과 시간에 기대는, 오프라인 점포가 있는 장사" 의 의미다. 들어가보자.


너님이 많이 창업+장사 혹은 식당/호프집/카페 알바를 안 해 봤다면, 이렇게 생각할 수 있다. " 아니, 겨울이라고 밥을 안 먹나? 봄이라고 까페 안 가고 술 안 마시나?" 라고. 물론 여름이라고 밥 안 먹고 커피 안 마시는 건 아닌데, 주인 관점에서 보면 이야기가 다르다. 정확하게는 "매출" 이 다르다. 거의 성수기 / 비수기가 1/10 정도 차이. 예를 들어 여름 성수기 7 ~ 8월 매출이 월 5천이라면, 1~2월 매출은 월 5백 정도 된다. 문제는 이게 "순이익" 이 아닌 "매출" 이다. 즉, 가게가 한달 매출이 500만원 이라면, 당연히 사장의 수입은 마이너스 몇백 정도다. 


그림이 그려지는가? 이게 좀 중요한데... 대강 자영업의 1년 흐름이 그려져야 이 이야기가 이해가 될 거다. 자영업은, 여름 한 철에 바짝 장사해서, 그 이익금으로 1년을 버티는 사업이다. 절대로 사시사철 이문이 남는 장사가 아니다. 대략 이런 느낌이다.  


1. 봄에 부지런히 전단지 돌리고 할인쿠폰 날려서 가게 인지도를 높이고, 원재료 가격 협상, 메뉴, 인테리어, 알바들을 준비
2. 여름 진입.
3. 준비한 자원의 회전률을 최대한 높여서 매출 + 수익 창출. ( 스타에서 스팀팩 쓰는 걸로 이해하면 됨 )
4. 여름 종료.
5. 스팀팩 모드 종료. 잉여인력 정리 시작. 원자재(식품 , 판매물건 ) 사입량 조절(감소)
6. 3. 에서 번 돈으로, 나머지 기간 버티기. 
7, 1.까지 살아남는다면, 다시 1~7 무한반복


물론 술집이라면 연말 버프가 좀 있고, 사무실 밥집이라면 이야기가 조금은 다를 수 있고, 유통업이라면 또 좀 다르지만, 대강 위와 같다.


자. 생각해보자. 이걸 읽고 있는 너님은, 아마 장사 초짜거나, 가게 열려고 여기저기 알아보고 있거나, 직딩인데 퇴직금으로 가게나 열어볼까 생각하는 사람일 가능성이 높다. ( 저 내용은 장사 1년만 해보면 다 아는 내용이다. ) 그럼, 장사 초짜인 당신이 위와 같은 상황에서 취할 수 있는 - 그나마 참새 눈꼽만큼만이라도 좀 더 나은 - 전략은 뭐가 있을까? 


[ 여름, 가을에 나온 가게는 계약하지 않는다. ] 

여름 / 가을에는 가게를 계약하지 않는 것이 좋다. 바로 매출액과 공사 기간, 영업기간 때문이다.

12. 권리금/월세 산출이 어긋난다.

너님이 장사를 좀 해 봤다면 부동산이나 이전 장사 매장이 매출액 보여줄 때, 1년 치 장부보고 매매/권리금 이야기를 하겠지. 하지만 너님이 호갱이라면, 부동산이던 매장이던 너님에게는 2~3개월치 매출장부만 보여주고 권리금 달라고 할꺼다. 심지어 한달 매출 보여주고 계약하자고 하는 경우도 있겠지. 
위에 쓴 내용을 보면 이미 알겠지만 그거 보고 계약하면 지옥문이 열리는 경우가 다반사일테니, 반드시 1년 매상을 보고 계약하자.... 는건 훼이크고, 그 자리는 계약 자체를 다시 한 번 생각해 보도록 하자. 심하게 말하면 매장주+건물주+부동산업자 세명이 너님에게 이야기하기 싫은 뭔가가 있을 수도 있다.




13. 장사 해야 할 시기에 장사를 못한다.

장사는 여름이 제철인데 여름에 가게 여는 건 매출 까먹겠단 소리다. 왜냐면 장사경험 없이 맨 처음 여는 매장이 일사천리로 한 방에 개통될 리가 없거덩. 예를 들어 6월에 건물주와 매장을 계약해 버리면, 실제 장사 시작은 거의 9월에서 10월이나 되어야 시작하게 된다. 왜냐구? 

13.1. 6월 1일에 딱 매장 비워줘야 될 사람이 6월 10일까지 매장을 안 비워준다거나
13.2. 한달이면 된다던 인테리어 공사가 석달 간다거나 ( 하수도를 추가로 뚫는다거나, 추가배선변경, 매장바닥 수평 어긋남, 창문/문틀 틀어짐, 곰팡이 등 별별 게 다 발생 )
13.3. 구청에서 식품허가나 위생허가 등등이 늦어진다거나
13.4. 갑자기 가족이 아파서 중도금으로 내야할 돈을 병원비로 돌리는 바람에 매장 공사를 못 들어간다거나
13.5. 식품 사입하기로 한 업자가 두 달 후에 망했다거나

정말 별별 일이 다 생긴다. 그리고 이것때문에 정작 돈 벌어야 할 시기에 돈을 못 벌고 가게 뒷치닥꺼리만 하다가 막상 가을 되서 매장 열면, 그때부터 매장 테이블에 손님들이 팍팍 줄기 시작한다.


[ 그리고 너님 속은 타들어가기 시작한다 ]


14. 계획이 틀어진다.

너님이 만약 "아직 직장인이고, 인터넷으로 가게나 매장 위치 업종 알아보는 중" 이라면 그나마 다행이다. 시간을 늦출 수도 있고, 계약기간을 여유있게 잡을 수도 있으니까. 그런데 만약 너님이 이미 가게를 몇 군데 알아봤고, 부동산 두 세 군데에서 "님 이거 지금 계약 안하면 날라감. 이가격에 이거면 싼거임. 장사는 몫인거 모름??" 드립치면서 연락이 날라오고, 이미 돈은 친척 + 은행 + 기타등등으로 한껏 땡겨서 이자 나가고 있는 도중이라면, 너님은 돈 벌 욕심 + 조바심에, 혹은 서두르느라 물건을 잘 못 살 공산이 크다. 이렇게 되면, 물론 권리금과 월세를 적정가격보다 더 줘서 생기는 문제도 있지만, 순이익이 안나와줘서 생기는 고달픔이 더 크다. 

이 경우는 보통 퇴직자들이 처음으로 가게 열 때 많이 겪는 현상인데, 

14.1. 퇴직금 + 직장생활 신용으로 대출가능 = 돈이 아주 없는 건 아니고
14.2. 월급 들어오던 게 끊어진 상태일테니, 돈이 없는걸 느낀 지 얼마 안 된 시기 ( = 항상 돈에 쪼들리는 게 아닌, 돈이 있다가 없기 시작한 시기가 얼마 안된다는 뜻 )
14.3. 돈이 있으니, "이왕 할 거, 돈 더 들여서 크게 판 벌리면 같은 시간에 돈 더 벌 수 있다." 고 착각하고, 돈 벌 욕심. = 문제는 "월 XXX만원이 들어온다" 고 확정해 버리고, 돈 씀씀이( = 직원 월급, 월세, 식자재 사입 등 )를 거기에 맞춰 버린다는 것. 

14.1. ~ 14.3. 의 전제는, "매출(=순수익)이 받쳐주는" 때에만 가능하다. 그런데 그 매출 추산의 근거를, 1년중 가장 매상이 높은 7,8월 두 달만 보고 계산해 버리면, 노답 되는 거지. 


이 모든 직접/간접적인 원인이, 가게를 여름/가을에 오픈해서 그런거다. 반면에, 봄이나 겨울에 계약하면 어떨까? 


21. 내가 甲 이다.

가게를 시작하려는 사람은 봄이나 여름에 가게를 열고 싶어하지만, 가게를 접으려 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가을 정도에 점포를 접고 싶어한다. 왜냐면 

여름은 장사 한창 잘 되는 시기니 접을 이유가 없고.봄에는 "기껏 힘든 겨울까지 버텼고, 날 풀리면 매상이 올라가고 있는데" 팔기는 아깝지. 여름까지 버텨서 한껏 땡기고 접는게 낫잖아.
겨울에 안 파는 까닭은 역으로 "장사가 너무 안 되기 때문" 이다. 보통 매출장부를 3개월 정도 보여주는데, 겨울에는 매출이 워낙 떨어져서 보여줘 봤자 권리금만 떨어진다. 
가을에는 팔기 좋은게, 여름은 지나서 돈도 어느정도 뽑았고, 매상도 높아서 매출장부 까기 좋고, 덕분에 권리금도 비교적 높게 부를 수 있다. 
그래서 피치못할 사정이 있지 않은 다음에야 자영업은 대부분 가을에 가게를 넘기거나 접는다.

그리고 위와같은 까닭에, 겨울에 나오는 점포 매물은 
가게 사장(판매자) 의 사정이 있거나 ( = 급매물 )
가게를 내놓은지 오래 됐는데 안 나가고 있거나 ( = 악성매물 )


인 것이다. 점포를 잘 골라야 하는건 필요하지만, 어느쪽이던 점포를 사려는 내 쪽이 유리한 경우가 많다. 

봄에도 점포 손바뀜이 많이 일어난다. 가을이 이사철인 것처럼, 봄은 업종 전환철? 정도. 

고로, 봄에 계약이 안 된다면 차라리 여름보다 겨울에 계약하는 게, 권리금도 아끼고 점포세도 아끼고 장사 실습(?) 할 시간도 벌 수 있다. 


이거말고 [ 사무실 몰려있는 곳에서 빠른 음식으로 점심장사한다. ] 는 전략도 있는데, 글 쓰기가 너무 길다. 나중에 생각나면 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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