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날

왜 지금 티비에 온통 먹방이지? 요리나 맛집이 아니고?

(주)CKBcorp., 2016. 11. 3. 2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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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내가 사회 초입일 때, "그래도 요즘 먹고사는 걸 걱정하는 사람은 없잖아" 라는 소리를 많이 들었다.
그리고, 그 이야기를 최근 또 들었다.

내가 회사에서 월급 받을 때( = 사회 초입 ) 는, "... 먹고사는 걸 걱정..." 라는 소리를 들으면, 동의했다. 
지금은, 동의하지 않는다. 
한국에서 먹고사는 건 엄청나게 어려운, 생존에 관한 문제이고, 인간은 매 끼니에 라면만 먹고 살 수는 없다. 
( 더도 말고 일주일 21끼를 라면만 먹어봐라. 라면 냄새만으로 토나온다. )

그런데, 지금 시기에, 대한민국에서, 
"그래도 요즘에 먹고사는 걸 걱정하는 사람은 없다." 고 이야기하거나
그 이야기에 동의할 수 있는 사람은, 그나마 생존의 문제는 해결된 사람이란 소리다.

그런데, 그러한 "생존의 문제가 해결된" 사람들이, 엄청 줄어든 게 아닐까? 
= 중산층에서 하위층으로, 하위층에서 빈곤층으로 떨어진 사람들이, 최근 5년, 10년간 엄청나게 많아진 거 아닐까?


2.
나는 티브이를 안 봐서 지금도 그런지는 모르겠는데,
티비에서 육아 프로그램이 엄청나게 유행한 적이 있었다.

[ 사진은 본 글과 관계없...을지도? ]

티브이는 판타지를 팔아먹는 장비인 걸 생각해 보면, 육아 - 정확하게는 유아 ~ 아동의 귀여운 모습을 보여주는 - 프로그램의 유행은, 나에게는 이렇게 보였다.

1. 사람들은 아이를 기르고 싶은 욕구가 아직도 있다.
2. 하지만, 그들의 삶은 아이를 기를 수 없다.
3. 그러므로, 텔레비젼 속의 아이로 대리만족을 한다.

즉, 대한민국에서 아기를 낳아 기르는 게 힘든 거라는 증거라고 생각했다. 아이 낳기 싫어하는 게 아니라, 아이를 기를수 없는 대한민국이 되어버렸다는 뜻. 


그런데, 언젠가부터 티비에 등장한 게 요리 프로그램이다.

원래 여행, 요리, 주거( 인테리어 ) 프로그램은, 나라가 선진국이 되면 자연스레 생겨 흥하는 프로다. 선진국 되면 대부분 주 5일제가 정착되고, 소득 수준이 높아지고, 노동 시간 줄고 놀러 가고 싶고, 먹는 건 더 맛난것 먹고 싶고, 남는 돈으로 집도 더 꾸미고 싶고... 그런 패턴이다. 고로 음식 프로가 이상하지는 않은데....


진짜 그런거냐? 

인터넷 먹방을 티비에서 해주는 느낌이던데? 안유명한 사람들( 물론 나보다야 훨씬 유명 ) 대신 연예인이 먹는다는게 다른거지. 


선진국 음식 프로... 라기보다, 나라가 여유로워져서 티브이로 음식 먹는걸 보는 프로의 구성은, 딸랑 먹는것만 보여주지 않는다. 마치 "음식 기행" 처럼, 여행과 음식을 같이 보여주고, ( 주로 유명한 ) 음식점에 어떻게 가고, 운치는 어떻고 풍광은 어떻고 하면서 도착해서, 천천히 먹고 주위 찍고 기타등등... 상당히 여유롭게 진행되는 편.

근데, 현재 대한민국 티비에서 나오는 음식 프로그램이 이러냐?

그나마 위의 이야기와 비슷한건 초절정장수프로그램인 6시 내고향 정도다. 대부분은 음식을 죽어라고 만들어서 죽어라고 먹던가, 아니면 만드는거 없이 바로 죽어라고 먹는다.


[ 체구와는 다르게 소 한마리를 먹는다. 물론 드라마에서. ]
 


이게. 좀 이상하지 않냐? 
혹시, 대한민국은 이미 먹는 문제조차도 해결하기 힘들어서, 사람들이 여행가는 거나 아이 기르는거 이전에 다른 사람이 맛난거 잘 먹는걸 부러워하는 수준으로 떨어져 버린 게 아닐까?


이렇게 생각하면 먹방 프로가 티비에서 흥하는게 정말 무섭다. 



덧 : 근데 아닐 수도 있는게, 트위치에서 먹방을 게임방송처럼 도입하기로 했다고 한다. 

어쩌면 먹고살기 힘들어서 그런게 아니라 "먹방(여행이나 여유따위 없는 쉴새없는 흡입)" 자체가 세계적으로 인기있는 컨텐츠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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