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날

백신 안 맞으면 민폐라고? 너무 나간 거 아니냐?

(주)CKBcorp., 2021. 12. 20. 0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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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에 아는사람을 만나서 밥을 먹었다. 오랜만에 만나서 이런저런 이야기 하다가 백신 이야기가 나왔다.
처음 이야기는 "작년만 해도 백신 시위 / 접종 반대 시위는 외국 이야기 / 강건너 불구경인줄 알았는데, 우리나라서 이러고있다. " 로 시작하다가, 이 사람이 하는 말이, "백신을 안 맞으면 약간 민폐 분위기가 있다" 라고 하더라.

그때는 이 이야기를 대충 듣고 흘렸다. 우리나라가 독재국가도 아니고, 일본처럼 전체주의 국가도 아니고. 

어... 근데. 문맥에 따라 다르게 해석될 수 있어서, 일단 기록으로 남긴다.


1. 백신을 맞기 싫다 = 개인의 선택 = 인정. 

백신이 효과가 있고 없고롤 떠나서, 개인이 맞기 싫다? 그건 인정. 우리나라는 북조선도 중국도 일본도 아니다. 민주주의 국가니까, 개인의 신념이 국가에 우선하는 게 맞다. 
단, 백신을 안 맞았을 때 생기는 위험성은, 그 사람이 떠 안을 각오를 해야겠지. 


2. 백신을 안 맞아서 주위 사람이 피해 본다 = 틀린 말은 아니다.

백신이라는 게 공동구매와 같아서, 참여하는 사람이 많을 수록 모든 사람에게 이익이 더 커지는 구조다. 공동구매는 가격이 내려가는 효과가 있고, 백신은 감염에 대한 방벽이 두꺼워지는 효과가 있고. 
역으로 백신을 안 맞는 사람이 있다면, 벽이 공격받는 횟수가 늘어나고, 두꺼워질 기회를 잃는다. 
그 이외에도, 우리나라는 전국민의료보험 제도이고, 의료 재정을 국가에서 보조해 주니까, 실제로 
백신을 안 맞아서 -> 감염 + 중증 전이 확률이 늘어나면 -> 의료비용이 더 든다 -> 세금 더 쓴다. 
가 맞기는 하다. 
의료역량이 더 소모되고 감염 위험성이 더 늘어나고 기타등등 더 있긴 한데. 어쨌던 크게 보면 틀린 말은 아니다.


3. 그렇다고, 백신 안 맞는다 -> 주위 피해 -> 개인 자유 제한하자. 로 가면 안된다.

2번에도 불구하고, 1번이 더 중요하다.
금전적인 손해가 확실히 발생하고, 효율이 더 떨어지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2번 ( = 감염위험성 + 돈 ) 때문에 1번 을 포기하는 건 , 나중에 문제가 될 가능성이 있다.

우리나라는, 개인의 자유가 억압되었다가 풀린게 그렇게 길지 않다. 20세기 중반( 1950년대 ), 후반 ( 1970년대 ) 까지만 해도, 국가보안법이 살아있었고, 노동법이 살아있었다. 삼청교육대가 살아있었고, 광주학살이 일어났던 곳이다. 

어떠한 까닭으로던, 위임받은 폭력인 공권력이 개인의 자유를 억압하기 시작하면, 이는 공권력을 조종할 수 있는 조정간을 쥔 자가 그의 잣대로 움직일 가능성이 있어서, 이를 매우 조심해야 한다.

까딱 잘못하면 지금 당장의 위험( 질병, 감염, 위중증, 세금, 의료부담, 경제손실 ) 을 막으려다가, 미래세대의 안전 ( 생각의 자유 + 행동의 자유 + 말 할 자유 등) 을 날려먹을 수 있다는 거다.



아주 쉬운 예를 들어보자.
내가 아는 사람이 라식인가 라섹인가 를 했다. 그러고나서 나보고 하라고 추천하더라. 안경 안 쓰니 너무 편하다고.
근데, 망막을 깎는 그 시술은, 실패율이 10만건 당 1회던가? 몇십만건당 1회던가? 그렇다. 
즉, 100% 안전한 게 아니다. 99.999% 정도 안전한 거. 
그럼, 이정도면 안전성으로 충분한게 아닌가? 라고 반문할 수는 있는데. 나는 반대로 생각한다.

라섹/라식 10만건중에 1건이 잘못될 수 있고, 
그게 내가 되지 않을 거라는 보장이 어디에도 없는데,
왜 내가 그 시술을 받아야 하지?

라고.

라식 / 라섹 수술 실패한 사람들은 병원 소송 거는 사람도 있다. 한 두 사례만 있는게 아니다. 의료관련 소송이라 승소가 힘들긴 하지만 ( = 수술할 때 실패 부작용 동의서 쓰거덩 ) , 실제로 발생하는 일들이다.

결국, 시술과 시술 포기의 효용과 위험을 측정하고, 그 중 나은 것을 선택할 뿐이다. 

이 선택이, 만일
1. 시민 개개인의 생명에 엄청난 위협이 된다면, 폭력을 위임받은 국가는 그 폭력을 시행해서라도 ( 개인 권한의 제제 ) 생명권을 지키는게 맞지만,
2. 그러려면 판단이 매우 신중해야 된다.


물론 코로나 관련 질병으로 사망자와 위중증 환자 수치가 빠르게 올라가고 있고, 이것이 위협이 되는 건 맞지만, 그에 따른 선택 권리의 제제는 매우 신중히 결정해야 하는 것이라고 본다. 
그리고, 백신 안 맞는 사람들에 대해 욕하는 건 개인의 자유일 수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선택이 - 아직까지는 - 그들의 권리 라는 걸 잊지 않는게 좋다고 본다. 
내가 욕 할 자유가 있는 것처럼, 그들은 선택할 자유가 있다. 아직까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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