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흔한 창업자와의 상담.

(주)CKBcorp., 2012. 8. 25. 23:33
반응형



... 뭔가 "반도" 라는 말을 쓰기에 거부감이 든다. 나는 구세대인가?  쨌던.

아는 사람 모씨가 동네 마실 왔다. 그래서 얼굴보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다. 근데 이 사람 이야기의 결론은. 지금 바리스타 학원에 다닌다는 거다. 


오늘의 지옥의 행군은 여기서부터 시작되었다.... ( 무려 세시간을 줄창 이야기만 지속. )


앞 뒤 사정을 빼고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사람은 까페 ( 혹은 식당 ) 을 할 생각을 하고 있었다.
문제는, 이 사람은.... 나처럼 커피도 거의 잘 안 마시고, 자취를 하면서도 나보다도 더 요리에 관심이 없다는 거다.
그런데, 그런 사람이 카페고, 식당이라니.... 

뭐야.... 개그만화 찍자는 것도 아니고, 건물주랑 알바생들에게 자선사업 하겠다는 것도 아니고, 말이 안되잖아....

여기서부터 이야기가 시작되어서, 이야기가 엄~청 길게 되었다. ( 그리하여 나는 포스팅 거리를 얻게 되었다. )

초반에는, 모씨가 먼저 "현재 다니고 있는 바리스타 학원과, 경영 수업과, 까페 상권 분석과, 기타등등등~~ " 에 관한 이야기가 약 30분 ~ 1시간 정도 이어졌다.
나는 모씨의 이야기가 끝나고 나서, 모씨에게 물었다.

"모씨. 카페 혹은 음식점을 하려는 목적은 뭐지?"
"돈을 벌기 위해서지."
"돈을 버는 데, 왜 까페나 음식점을 해야 하지?"
"돈을 벌기 위해서라니까."

.... 모씨는 "돈을 버는 것" 과 "자영업을 운영하는 것" 을 분리하지 못하고 있었다.

모씨는 약 1억 5천(예상) 정도의 금액을 투여할 생각을 하고 있었다.( 까놓고 말하면 저정도 돈은, 서울에서 장사하면 권리금으로만 그냥 날라간다. ) 헌데, 과연 가게 혹은 자영업이, 그정도의 자원을 투자해서 영위할 만큼 매력적인 직군일까?

정확한 수치는 통계청을 뒤져봐야 알겠지만, 대략적으로 자영업의 경우 1년 생존률( = 폐업 안하는 비율 ) 이 50% ~ 30%, 3년 생존률이 30%~ 5%, 5년 생존률이 15%~5% 에 달한다. 그냥 간단히 말하면, 올해 세 명이 창업하면 내년에 한 명 죽고, 내후년에 한 명 죽고, 그 남은 한 명도 5년동안 폐업 안 한다는 보장이 없다는 거다. 

그런데, 그런 시장에, 외식이나 커피 분야을 잘 소비하지 않던 사람이 뛰어들어서,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 그리고, 1억 5천 ( 저정도 계획이라면, 3개월간 3억 정도 깨지는게 일반적이다. ) 이라는 돈을 때려붙는 게 효율적인 전략일까?
나는 그에게 말했다. 

"모씨. 만일 니 동생이 네 상황이고, 니 동생이 너한테 7천500만원씩 투자하라고 하고, 자기가 가게 운영한다고 하면, 너 투자 할래?"

모씨는 대답하지 못했다.


결국은 엄청난 대화를 통해, 자신이 원하는 것은 돈을 버는 것이지만, "명함" 또한 원하고 있기에 까페 혹은 식당을 생각했다는 걸 알게 되었다. ( 물론 그 "명함" 을 본인이 원하는 것은 아니다. )

대화를 해서, 결국 까페나 고기집은 때려치고, 빵집 관리자를 1차 목표로 해보는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
왜 "빵집 관리자" 라는 결론를 생각하게 된 것인지를 여기에 적겠다.


모씨의 상황은 이러하다.

1. 자본금은 있다( 이리저리 끌어쓰면 약 1억 5천 ).
2. 경력은 적다( 자영업 경력 전무. 영업 경험 전무 ).
3. 미혼.
4. 현재는 실직 중.
5. 주위에 빵집 프랜차이즈 하는 사람이 많음.


나와 모씨는, 모씨 자신의 상황이 "명함" 을 버릴 수 없는 상황이라고 판단하였다.
하지만 모씨 자신은 돈을 버는 것이 "명함" 보다 우선이라는 것을 분명히 했다.
그리하여, 나중이 어찌 될 지 알 수 없으나, 우선은 자영업을 2차 목표로 노리고, 1차는 그것을 위한 준비를 하는 쪽으로 전략을 짜기로 했다.
단, 반드시 자영업만을 노릴 것이 아니라, 상황이 나쁘지 않다면 월급을 받고 일하는 것도 가능성으로 넣기로 했다. 
즉, 자영업을 목표로 준비를 해 나가되, 만일 나쁘지 않은 월급 제의가 있다면, 그것을 하는 것... 이 1차의 목표인 것이다.

그렇다면 왜 빵가게 점장이냐... 하면 말이지. 모씨 주위에는 빵가게 하는 사람이 많다. 
말은 "빵가게" 라고 표현했지만, 실제로 그 매출액을 보면 일개 기업( 물론 소규모  ...ㅡ.,ㅡ;;  ) 이라 해도 아깝지 않을 정도의 매출을 올리는 빵집이다.
그리고 그 "빵가게" 를 운영한 업력도 오래 되었다. 
즉, 상당히 현실적이고 효율적이며 피가되고 살이되는 멘토가 되 줄 수 있는 사람이 모씨 주변에 많다. ( 이것이 얼마나 중요한 지는, 가게 한 번 열었다가 망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다 공감할 것이다. )

또한, 설사 모씨가 까페던, 식당이던, 빵가게던 가게를 연다고 한다면, 반드시 해당 업종에 들어가서 알바던 뭐던 3개월에서 6개월은 일을 해 봐야 한다. 그래야 대충 뭐가 어찌 돌아가고 하는 걸 알 수가 있는데...
문제는 모씨의 나이가 알바로 들어가기엔 꽉 찼다는 것이고, 또한 알바로 들어가서 알 수 있는 내용이란 게... 생각보다 많지 않다. 
하지만 모씨 주변사람의 빵집에 들어가서 일을 배운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최초에 "가게 운영" 을 위한 목적임을 말하기도 수월하고, 가서 일을 "배우" 기도 쉽다. ( 물론 일이 쉽다는 뜻이 아니다. 예를 들면 원가같은 걸 물어봐도 쉽게 알려준다는 뜻. )
또한, 무한경쟁을 복음과 진리와 축복과 참된 말씀과 복된소식으로 알고 계신 가카 덕분에, 프랜차이즈 빵집(본사)은 나날이 성장 중이다. 그리고 그 무수한 가게 중에서는, "돈이 많아 주체할 수 없는 사람들이, 14시에 출근해서 매출만 확인하고 16시에 수금에 퇴근" 하길 원하면서 가게를 연 다음 점장에게 맏겨버리는 경우도 분명히 존재한다.

그러므로, 일단 "알바 > 부지배인 > 지배인" 테크 트리를 타되, 지배인이 된 후에 몇 개의 가게를 운영해 본다면( 물론 자신은 월급제이겠지만 ) 가게를 운영하는 안목과 노하우도 쌓고 연습하고 즐기고 맛볼(?) 수 있을 것이며, 무엇보다 이러한 귀중한 경험치를 쌓는 것을, 자신의 자본을 때려붓지 않아도 된다.

그렇게 해 봐서 만일 빵집이 자신의 길임을 깨달았다면, 따끈따끈 베이커리를 열던가,  서양골동양과자점 앤티크의 주인이 되면 될 것이다.

안 된다면? 매니저 때려치고 딴 거 하면 되지 뭐. 최소한 가진 자본금은 날려먹지 않고 끝나잖아?



오늘의 포인트 : 돈 버는 거랑, 가게 하는 거는 별개임. 통계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