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날

애완동물을 위한 생식? 피는 안 먹이냐?

(주)CKBcorp., 2017. 11. 30.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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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그대로다. 

아는사람 통해 우연히 들은 건데, 애완동물 - 아마 대부분 개나 고양이겠지 - 키우는 사람들에게 자연식이 유행한단다.

그...이전에 대한민국에 웰빙 열풍이 휩쓸고 지나갔던 것 처럼, 동물을 키우는 사람들에게도 이러한 흐름이 돌고 있나 보다. 즉, 인간이 생식 먹으면 건강하다는 주장처럼( 실제 좋은지는 모른다. 안 찾아봄 ) 개나 고양이에게 자연에서 생존하던 방식대로 - 자연식 - 음식을 준다는 거지. 소 닭 돼지 오리 양 등등 고기를 갈거나, 송곳니로 찢어 먹을 수 있게 자잘한 덩어리로 주는 것.


[ 부러우면 지는거다. ]


아는 사람이 이걸 듣고, 사업을 해 보자고 했다. 개나 고양이용 생식 - 그래봤자 고기 갈은거 패키징 하는거지만 - 만들어서 팔자는 것. 솔깃해서 조사해봤다. 근데 인간 - 영장류 - 보다 영양소 섭취의 상식이 다른 내용이 생각보다 많아서 정리한다. 인간에게 통하는 생식이, 포유류 애완동물에게는 통하지 않는다. 


1. 동물영양 전문가들은 생식이 해롭다고 생각한다.


반려동물에게 생식을 먹인다는 것 <- 전직 수의사 

반려동물에게 생식이 좋을까 사료가 좋을까 <- 동물병원 원장.


를 보자. 대략적인 흐름을 알 수 있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미국 동물영양헙회에서는, 전문가가 아닌 사람이 제조한 생식의 경우 영양구성이 애완동물에게 불리할 가능성이 더 높다는 거다. 좀 더 자세히 이야기 해 보자.


2. 애완동물은, 먹이 선택의 자유가 없다.


"개 풀 뜯어먹는 소리" 라고 들어봤냐? 대부분은 "있을 법 하지 않은 헛소리" 또는 "맥락과 맞지 않는 뜬금없는 헛소리" 라는 뜻으로 이해한다.

하지만, 개는 실제로 풀을 뜯어먹는다.

[ 동영상도 있다. 무려 연합뉴스 꺼.  ]


개는 잡식성이라 그렇다고? 고양이도 뜯어먹는다.


[ 고양이마저 있다니 ]


이 이야기를 왜 하냐면, 애완동물과 야생동물의 큰 차이 중 하나가 "먹이 확보의 자율성" 이기 때문이다.


인간은 자신의 의지로 음식의 종류를 선택할 수 있다. 사람에 따라 다르지만, 기름지면 고기 덜 먹고, 겨울이면 비타민 C 더 먹고 등등. 들개라도 된다면 먹이를 고를 수 있지만, 애완동물은 그렇지 않다. 애완동물은 오롯이 인간인 주인이 주는 식료만 먹을 수 있다. ( 먹이 확보가 쉽다 어렵다는 별개의 문제. 골라먹을 자유가 있느냐의 의미다. ) 

이뿐만이 아니다. 문제는 더 있다.


3. 애완동물은, 체구가 작다.


이건 나도 찾아보고 안 거다. 인간의 상식으로 애완동물의 영양소를 판단하면 안 된다. 결론부터 말하면 애완동물은 영양소 과다/결핍시 나타나는 부작용이 인간에 비해 현저히 크기 때문에, 비 전문가가 영양소 조합하면 주옥되는 수가 있다.

[ 뭐든 해봐서 안다는 사람. 비전문가가 나서면 이딴 꼴 난다. ]


예를 들어, 성체 인간은 대략 여성은 50 - 80kg, 남성은 70 - 100kg 정도로 가정할 수 있다. 하지만 애완동물은 개의 경우, 자연계의 들개를 종에 따라 대략 15kg - 30kg 전후로 잡는 데 비해 애완견은 6kg / 20kg 정도 된다. ( 애완견은 2.5kg ~ 65kg 까지 편차가 큰데, 대략 1미터 이하 소형견은 7kg, 마당있는 집에서 키우는 중형견은 18kg 정도로 보자. )


예를 들어 애완동물용 생식을 만들어 준다고 할 때, 개라면 뼈를 넣어주는가 아닌가가 큰 이슈(키배) 가 되는데, 문제는 고기에 비해 뼈(칼슘) 량이 너무 많으면 말단비대증이 되고, 너무 적으면 골다공증(...) 이나 발육부진이 되어 버린다는 거다.

물론 포유류인 인간도 영양소의 과부족에 따라 같은 현상이 일어나지만, 개는 그 민감도가 인간에 비해 매우 크다. 왜나면 덩치가 작거덩. 

칼슘약 열 개를 먹는다 치자. 그럼 그건 성인남성의 경우 80kg / 칼슘약 열 개다. 하지만 개는 20kg / 칼숨약 열 개. 영향이 더 클 수 밖에 없다. 만일 5kg 나 그 이하 소형 견종이라면? 영향이 더 크다. 

성체 인간은 견디는 독극물이라도 아이와 태아에겐 영향이 큰것과 비슷한 면이 있다고 보면 된다. 이게 철분, 아연, 비타민 등등... 모든 영양소에 대해 문제가 될 가능성이 있는 거다.

[ 이 포스터 기억나나? ]


4. 고기는 세균 감염 증식이 쉬운 재료다.


예를 들어 생식으로 고기를 준다 치자. 너님이 고기를 주려고 했을 때, 너님이 갈아서 먹이던, 인터넷에서 반려동물 생식을 사서 먹이던, 매 번 고기를 갈아 주진 않을거다. 귀찮잖아. 아마도 한 방에 일주일 분 정도 사서 냉동실에 넣고, 먹일때마다 잘라서 주겠지. 

그런데, 익힌 고기도 아니고 생고기를 준다면, 이건 뭐... 세균 증식의 절호의 기회다. 


너님이 개나 고양이를 키운다면, 사료 그릇(개밥그릇...) 이나 물그릇을 얼마나 자주 씻냐? 건사료를 줄 때는 그나마 세균 증식 가능성이 1이라도 낮아지지만, 습한 고기를 줄 땐 정말 노답이다. 문제는 고기를 줄 경우에는, 사료 그릇(개밥그릇...) 뿐만이 아니라, 자르는 데 쓴 칼, 냉동실에 놓은 그릇 등등도 다 씻어야 한다는 거. 쉽게 생각해서 인간인 우리가 밥먹고 나서 칼, 도마, 그릇, 수저분을 퐁퐁으로 씻듯이, 사료 그릇도 씻어줘야 한다는 거다.


근데, 씻어 주냐?


이것만이 아니다. 냉동 고기 차갑잖아... 분명히 


  4.1. 싱크대나 방바닥에 놓고, 
  4.2. 먹일 만큼 자른 다음 
  4.3. 사료그릇에 놓고
  4.4. 남은 걸 냉동실에 다시 넣겠지. 


그럼, 사료그릇 뿐만 아니라 냉동 고기를 꺼내 녹을 때, 싱크대 같은 곳에서 세균 번식 가능성이 있다. 물론 오래 놔두면 위험성은 증대된다. 



5. 피 멕이냐?


초식동물이 근육을 만들 수 있는 까닭은 맹장에서 미생물을 키워 단백질을 얻기 때문이다.

[ 이게 다 미생물 덕분입니다.] 


육식동물이 고기만 먹어도 각기병에 안 걸리는 까닭은, 동물의 피를 먹기 때문이다.

[ 적절한 짤을 못찾겠다 ]


에스키모나 베두인족이나 몽골처럼 혹한이나 극지...경작 힘든 곳에서 사는 인간의 경우에도, 가축의 피는 젖과 함께 상당히 중요한 영양분이다. 풀 등으로 얻기 힘든 미네랄 미량 원소 등을 피로 얻는 거지. 근데, 생식 관련 글 들을 보면, 고기 종류를 단일화하는가, 뼈를 먹이로 추가해 주는가, 삶아 주는가, 갈아주는가 등등에 관한 논쟁은 많아도, 피를 먹이느냐에 대한 이야기는 없더라. 

목적이 애완동물의 자연식이라면, 피도 같이 줘야 된다. 근데 당장 생각해도 안 되겠지? 피는 고기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다루기 어렵고(귀찮고) , 감염과 세균증식의 위험성 역시 엄청나게 크다.


즉, 애완동물 생식이라는 게... 내가 뒤져본 바로는 상식과 다르고 불합리한 점이 너무나 많더라. 


물론, 생식을 해서 개나 고양이의 특정 질병이 사라지거나 완화되었다고 이야기하는 사람도 많고, 수명이 늘어났다고 말하는 사람도 많다. 장점이 있는 건 분명하지만, 그냥 냅다 줄창 고기만 먹이는 게 능사는 아닌 것 같다. 적어도 내가 조사해 본 바로는 그러하다. 


끝.



사족 : 

6. 왜 화식火食 이야기는 없는 거야?


이건 내 개인적으로 의외라고 생각한 거다. 

인간이 생식이 좋다고 하는 건, 가열하지 않은 음식이 영양소가 파괴되지 않고 어쩌구저쩌구... 다. 그런데, 모든 식재료가 생식으로 먹어서 좋은게 아냐. 화식이 더 좋은게 있고, 생식이 더 좋은게 있고. 

근데, 고기는 생식이 좋은건가? 맛 이야기가 아냐. 생물학적 관점에서 이야기하는 거라고. 

고기는, 오히려 익히는 게 소화되기 좋아. 이건 상식이잖아. 

물론 익히면 영양소가 감소되긴 하겠지. 하지만 익혀서 날라가는 영양소보다, 화식으로 인한 살균 효과 + 감염 방지 + 장 내부에서 날 것이 머무르는 시간 감소로 인한 부패 가능성 저하 등등으로 얻을 수 있는 이익이 훨씬 큰 거 아닌가? 이건 영양학자( 인간이던 애완동물이던 ) 라면 생각할 수 있는 기본적인 상식일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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