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날

나만 얼차려 당하기는 억울하다. 그래서 너도 할꺼냐?

(주)CKBcorp., 2018. 1. 7. 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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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 기둥에 이런게 붙어있더라? 

이 포스터의 요점은 그거겠지. "나는 남들 놀고 쳐 잘때 좆빠지게 시험 공부해서 들어왔는데, 시험안보고 내 시다바리 하던 놈이 정규직 된다고? 좆까. " 라는 본전 생각


우선, 우리가 알아야 할 건, 이러한 "본전 생각" 이 절대로 이상하거나 괴물같은 악당이 생각하는 게 아니라는 거다. 밥 안먹으면 배고프고 똥마려우면 똥 누는 것 처럼, 인간이라는 생체기계와 단백질 뇌를 가진 생물이라면 생각나는 자연스런 생각이다. 우리는 이 점을 염두해야 한다.


조금 시각을 돌려보자. 너님이 대학교를 갔는데, 신입생 신고식을 시키는 개ㅅㄲ같은 선배가 있다고 치자. 혹은 간호학과에 갔는데, 선배들이 기합을 주거나, 체육학과 갔는데 선배들이 얼차려를 주거나. 아님 동아리 가입했는데 신고식을 시키거나 해병대 훈련소 통과의례나 조직폭력배나 깡패건달조직 가입했는데 통과의례를 시키거나 기타등등등. 

그리고 그 신고식에서 무사히 살아남아 간호학과 2년차, 체육학과 2년차...기타등등이 됐다고 치자. 그럼 너님은 1학년 혹은 자신 아래 기수가 들어왔을 때, 얼차려나 줄빠따나 집합이나 머리박거나 따귀나 신발술잔이나 기타등등 안시킬거냐? 너님은 들어올 때 맞고 들어왔는데, 너님 아래 기수는 편하게 들어오면, 배아픈게 당연한거 아님? 평등하게 맞아야지. 안그래? 거칠게 이야기하면, 벽에 붙은 포스터의 이야기는 이 생각의 연장일 뿐이다. ( 다시 한 번 이야기하지만, 이 생각은 매우 자연스러운 거다.)


생각을 조금 더 진행시켜 보자. 너님이 입학생이거나 선배가 아니라, 체육대생 자녀를 둔 부모, 간호대생 자녀를 둔 부모라고 생각해 보자. 입대 자식 부모도 상관없다. 그럼, 부모 입장에서는 얼차려가 있는게 나을까? 없는게 나을까? 

좀 더 확장해 보자. 너님이 체대 졸업생, 간호학과 졸업생, 제대 말년 병장 등을 자식으로 둔 부모라고 치자. 그리고 너님 자식들이 "요즘 후임병/후배/아랫깃수 애들 ㅈ나 빠져가지고 말 잘 안들어요. 처음 군기가 중요함." 이러면서 얼차려나 신고식이 필요하다 말한다면, 너님은 자식새끼한테 뭐라 할꺼냐? 오구오구 내새끼 잘했다고 할꺼냐?



인간이 본전 생각 하는 게 자연스러운 거라고 했지, 좋은 거라고는 안 했다. 똥마려울때 똥 싸고 싶은 욕구는 자연스럽지만, 그렇다고 길가다가 바지까고 길거리에 똥 싸제끼면, 그게 좋은 건 아니다. 

포스터의 "실력으로 바늘구멍 뚫기 위해 내가 고생한 건 어쩌라고?" 라고 이야기하는 본전 생각은, 평가를 공정하게 해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기본적으로 우리나라의 "정규직 / 비정규직" 으로 대표되는 문제는 "동일노동 동일임금" 관점에서 봐야 하는 거다. 이노무 나라는 어케 되 먹은게 "비정규직 = 돈 적게 주고 험하게 굴려도 되는 일회용 치약" 쯤으로 알고 있지만, 원래 비정규직은 정규직보다 동일노동시 급여가 더 높아야 한다. 실제로 외국도 그렇고. 상식적으로 생각해 봐라. 4대 보험금. 각종 직원 복지 비용. 책상 의자 주차장 밥값 연차 월차 등 고정비가 더 드는 정규직과, 그렇지 않은 비정규직 중, 누가 급여가 더 높아야 할까? (  자유계약직의 경우 고용주 세금부담은 3.3% 인데 비해, 정규직은 급여의 대략 10~20% 정도를 세금으로 낸다. 이건 책상, 복리후생비, 월차 등의 다른 비용은 계산 안 한 거다. ) 자세히 이야기하면 이걸로도 글 몇 편이 나오는 거라 제끼고, 요점은 "정규직 / 비정규직의 문제는 제도로 풀어야 할 문제다. 자리싸움을 공명정대하게 평가해서 해결할 수 있는게 아님." 정도 되겠다.


하나 더 있다. 조금만 더 이야기를 이어나가자.

왜 사람들이 정규직에 목 맬까? 왜 비정규직을 "안좋은거" 라고 생각할까? 결국은 돈 때문이고, 살아남는 것 때문이고, 안정된 생활 때문이다. 

즉, IMF 이후 세대들은 높은 청년실업과 과도한 생존경쟁, 그로 인한 계급과 차별( 학군/학급/왕따/본교/분교/편입/재수삼수생/서울/지방/성골진골 분류 )을 당연하게 생각하지만, 사회라는 게 처음부터 그렇게 굴러가지는 않았다. 복지제도나 공부방, 국립 어린이집, 임대형 주택 대량 생산, 의료보험비 증액으로 사보험 박멸 등등, 제도를 고쳐서 시민 개개인의 생존비용을 낮출 수 있는 방법은 얼마든지 존재하고, 그렇게 해서 삶을 좀 더 여유롭게 만들면 위의 차별 문제 등은 자연스럽게 사라진다.

그리고, 현재의 제도가 아직 고쳐지지 않았다고 해서, 공정을 핑계로 차별을 받아들이라고 강요하는 건 옳지않다. 본전 생각 나는 건 당연하지만, 그렇다고 그게 옳은 건 아니라니까?

물론 이런 생각을 받아들이는 건 쉽지 않다. 인정하자. 이런 생각을 받아들이는 건 나름 용기가 필요한 거다. 결단도 필요하고, 자신의 손해도 어느정도 감내해야 한다. 정신적이던, 물질적이적, 시간적이던.

하지만, 그것이 사회를 더 좋게 만들 수 있는 방법이다. 의구심이나 불만은 가질 수 있고, 그게 자연스러운 건 맞지만, 그렇다고 옳은 건 아니라는 것 또한 기억하자. 



그래서, 해결책이 뭐냐고? 

위에 쓴 거 같은데? "동일노동 동일임금" + "시민의 생존 비용 감소를 위한 공공서비스 확충"

이거 말고 다른 해결책? 알면 내가 벌써 썼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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