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

지선이

(주)CKBcorp., 2012. 4. 21.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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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오늘도 야자가 끝나고 집에가니 열두시다.

수위아저씨마저 방범 부스에서졸고 있는데 난 지금에서야 집에 왔다. 나는 사람이 아니라 공부하는 기계인갑다. 

나의 여름방학은 이렇게 지나가려나보다. 남들은 해외여행도 잘들 가더구만.


요 며칠 엘레베이터를 간발의 차로 놓쳐서, 조금 짜증이 나 있다.

엘레베이터를 놓치면 “한밤의 음악 데이트“ 인트로를 못 본단 말얏!!


어어! 같이가요! 엘레베이터좀 잡아줘!! 


2. 

아슬아슬하게 타서 보니, 한 남자랑 내 또래 고딩이 둘, 아이가 한 명 타고 있었다.

아해들은 남자와 아는 사이인 듯, 남자쪽을바라보고, 내게 등을 보이며 서 있었다.

난 12층을 누르고, 우리 서로 뻘쭘한 표정...이라기보다 최대한 무표정을 유지하며, 화기애매한 표정으로 엘레베이터 문이 열리길 기다렸다.


숫자가 바뀌기 시작했다. 1... 2...

아직은 광고중이겠지? 그럴꺼야. 분명해!!


10...11...12. 

문이 열리고 내가 내리자, 이 남자도 나를 따라 내리려 했다.

그때, 남자 옆에 있던 여자애가 우리 반 지선이인걸 깨달았다.

나는지선이에게 ... 말을 걸었다. 나란 년은 너무 착해서 탈이라니깐~~! 오늘도 인트로 못보나!! 게스트 누구더라?


3. 

"지선아, 중국은 어땠어? 내 선물 사왔어? 나 만나려고 우리집 온 거구나? 빨간티 이쁘네?? 같이 있는 아이들은 누구야?"

하지만 지선이는 나를 본체만체. 돌아보지도 않았고, 엘레베이터에서 내리려던 남자는 왠일인지 엘레베이터로 다시 들어갔다. 지선이랑 아해들도 따라 들어갔다.


이년이!! 범선이 오빠도 제끼고 말 걸어 줬구만!!

집에 도착해서 지선이 핸폰으로 전화를 했다. 생각할수록 괘씸했다. 이 미친 것이, 감히 바로 앞에서 대화를 씹다니. 


“이년아!! 감히 베프도 못 알아봐? 해외여행 다녀오니 한국은 뵈는거 없디?“


조금 긴 정적 후에 수화기 너머에서 대답한 음성은 ... 수원경찰서 과장이라는 사람이었다.

오늘자 신문에 났던 "쓰레기통에서 여고생 시체 발견. 교복은 피로 빨갛게 물들어. 다량의 피로 보아 복수의 피해자..." 어쩌구 하는 기사가... 지선이 이야기였던 거다. 

과장은 범인의 몽타주 작성을 위해, 경찰서에 와 주길 바란다고 했다.




그... 럼, 만일 그때 그 남자가 내린 까닭은!? 

그리고 정말 나 따라 내렸다면?!

내가 지선이보다 "음악데이트" 를 더 좋아했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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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물은 다 좋은데, 당위성을 부여하기가 너무 어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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