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

공포의 학습.

(주)CKBcorp., 2012. 7. 3. 2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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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공포를 어디서 느끼는 걸까? 
괴기물(?)을 쓸 때, 이 점을 생각치 않을 수 없다. 여러가지 생각해 본 결과, "남들이 무섭다고 느끼는 걸 쓰려면, 남들이 무서워한다고 공감하는 걸 써야 한다" 는 결론에 다달았다.


뻔하디 뻔한 이야기 같지만...썰을 좀 풀어 보자.


지금 당장, 당신이 알고 있는 - 실화던 아니던 - 공포 이야기를 주~욱 생각해 보자.

그 공포 이야기의 배경이 되는 곳은 어디인가? 혹은 상황은 어디인가?


아마 대부분 "집" , "학교", "화장실" 일 것이다.

그거 말고 좀 더? "군대", "산속", "병원"


더 있나? 별로 없을껄?


자, 여기서 생각해 보자, 위의 "집, 군대, 학교, 산속, 병원, 화장실" 중에서...뭔가 좀 이질적인 곳이 한군데 있지 않나?


바로 "화장실" 이다. 왜냐구?


다른 다섯 곳은 사람이 죽었다 해도 이상할 게 없는 곳이지만, - 예를 들면 군대 총기사고, 산속 시체 유기 혹은 낙사, 병원 수술 실패 사망, 집 강도 혹은 자살, 학교 자살 - 화장실은....

사람이 화장실에서 자살했다고 하면, 일단 자연스러운 곳은 아니잖아. "죽기전까지 똥냄새 맡고 죽을거야~~" 이러는 사람이 있을리도 만무하고.


[ 이런 병맛같은 화장실 의미하는 거 아닌거 알지? ]


근데, 왜, 화장실 귀신 이야기가?


왜냐면, 옛날엔 실제로 화장실에 빠져 죽은 경우가 있거덩.


지금은 많은 인구가 도시에 살아서 재래식, 그중에서도 똥을 푸는 푸세식을 잘 경험하지 못하지만, 농사가 주 산업이었을 시기는 거름이 중요한 것도 있고, 수도보급률이 낮은 까닭도 있고 해서... 화장실의 간격이 넓었다고. 

게다가 구조 또한 극히 단순해서, 그냥 큰 통을 땅속에 묻어 놓고 그 위에 판자 두개 얹고 칸막이 세운게 다임.

그럼, 이런 구조에서... 밤에 볼일 보러 가서 발 헛디디거나, 볼일 다 보고 일어나면서 발 헛디디거나 ( 계속 쭈그리고 앉으면 발 저림. ) 애들처럼 다리가 짧거나, 날벌레가 덤비거나, 

쨌던 기타 등등의 까닭으로 똥통에 빠진다면, 이건 그냥 죽을 수도 있다. 왜냐면,

한밤중이라 사람들이 많이 오가지도 않고, 똥통도 엄청 깊어서 ( 구덩이가 앝으면 자주 차니까, 퍼 내기 귀찮다. ) 애들은 그냥 잠겨 들어갈 수도 있고...

그리고 옛날에는 의술이 발달하지 못해서, 말그대로 허약한 상태나 몸에 상처가 있는 상태에서 빠지면 바로 파상풍 감염되서 사망이다. ( 월남에서 베트공이 게릴라전 할 때, 정글에 못이나 삼각못( 어느 방향으로 던져도 뾰족한 면이 지면에 나오도록 삼각뿔 형태의 뾰족한 날붙이 ) 에 오줌 발라 뿌려놓았다. 파상풍 걸리라고 ) 


뭐, 길게 썼는데, 요점은 옛~~날에는 화장실에서 빠져 죽은게 이상한 게 아니라는 거다.

그러니 화장실이 죽음의 장소와 자연스레 연관되고, "빨간 휴지 줄까 / 파란 휴지 줄까 " 이런 이야기가 나오는 거다.


말이 조금 길어졌지? 요약해서 이야기 하자면,

각 문화 상황에 따라, "공포" 나 "죽음" 혹은 "괴기" 로 느끼는 게 다르고, 그 차이가 꽤 크다는 거다. 고로, 무서운 이야기는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를 써야 무서운 법이다~ 이런 말씀.

예를 들면, 우리는 학교에서 자살하는 아이들을 전혀 이상하다고 생각치 않지만( = 오해말자.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 의 의미임. ) 아마 영국이나 핀란드나 스웨덴이나... 뭐 이런 나라에서 초등학생/중학생/고등학생 애들이 성적이나 왕따로 자살한다는 이야기를 괴담으로 만들면, 아마 아무도 믿지 않을거다. 왜냐구? 그 동네는 애들이 학교에서 자살한다는 걸 안 믿거든... ( 뭐, 아주 안 믿기야 하겠냐만, 기본적으로 "일어날 법 하다" 고 생각치 않는 거지. ) 

마찬가지로, 하얀 소복에 머리 긴 처녀귀신은 한국 ( 일본? 중국까지 포함될까? ) 이나 무서운거지, 미쿸 가면 "이상한" 거다. ㅡ,.ㅡ;; 



이것과는 좀 더 별개의 이야기인데, 사회과학 관련 책을 읽다가, 서양 애들이 왜 숲을 무서워 하는지 알게 되었다.

예를 들어...음... 우리는 벽장을 무서워 하는 얼라가 많이 없을 거다. 왜냐구?

땅덩어리는 좁고, 사람은 많은데다가, 농경사회 전통이니 흩어져 사는 거보다 모여 사는 데 익숙하고, 그렇기에 어릴 때부터 자기 방을 가진 경험이 적어서, 장농 같은 "어두운 곳을 무서워 할" 기회가 엄청 적기 때문이다. ( 고로, 우리나라에서 "몬스터 주식회사"의 시나리오는 나올 수 없다. )



[ "어느샌가 주위에 아무도 없었다" 는 헛소리가 아님. ]


숲도 마찬가지다.

뭐라고 해야 될까.... 음....

현대 사회에서의 숲은, 그냥 지형지물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지금 세상에 숲을 보고 "어머! 저 숲 절라 무서워!!" 이런 사람 있을리 없잖아.

하지만 당장 17세기만 해도, 숲은 연료를 구하러 가야 하는 = 매일 들르는 = 인간의 거주지와 가까이 있는 곳이었고, 어쩌니 저쩌니 해도 아직 개간되고 개척되지 않은 대규모 지역이 남아있었다. 또한 손전등이나 전화, GPS 같은 게 발달되지 않았고, 숲의 나무들도 상당히 높아서, 들어가서 까딱 잘못하면 길을 잃기 쉽상이다. 그리고 위험한 동물들도 많고, 돌이나 바위처럼 고정된 지형이 아니라 숲 속의 식물, 동물, 온도, 습도에 따라서 숲 안의 지형이 계속 바뀌게 된다. ( 숲 속으로 난 길은, 엔간히 포장하고 큰 길이 아닌 이상엔 인간이 2년만 안 지나가면 풀과 관목으로 덮여서 길을 알 수 없게 된다. )

무슨 이야기냐.... 

아프신 아버지를 대신해서 저녁밥과 마실 물을 만들기 위한 연료를 구하러 숲에 처음으로 들어간 우리의 어린 아이 주인공 헨델은, 숲 속 죽은 나무가지를 주으러 조금만 더...조금만 더 들어갔다가, 숲 속에서 나갈 길을 잃고 굶어 죽을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근데 이게 얼라들만이 아니라는 게 함정. 바드나 레인저 수준의 장거리 여행자나 전문가가 아닌 다음에야, 숲 속에서 어디, 무엇을 기준으로 길을 찾아가야 할 지 알 수 없다는 이야기다.


더구나 우리나라는 땅이라도 좁고, 산지 ( = 기준이 되는 지형지물이 잘 변하지 않는다 ) 라서 그나마 지형 찾기가 수월한 편이지만, 유럽처럼 광활한 평지에 수십미터짜리 나무들이 쭉쭉 뻗어있으면, 설사 지도가 있다고 해도 기준이 될 지형지물을 찾아내기가 도통 쉬운 게 아니다.


고로, 나무 주으러 갔다가 숲 속에서 실종되거나, 옆마을 물건 팔러 갔다가 실종되거나, 옆집 사람 혹은 떠돌이 장사꾼 혹은 이야기꾼에게 들은 지식( 정식 지도도 없다. 그냥 이야기로 "얼마쯤 가면 뭐가 나오고, 다시 가면 뭐가 나오고" 만 듣고 끝. 꼴랑 한 번 들은 이야기를, 그것도 술마시면서, 기록하지도 않은 상태에서, 기억만으로 생각하면서 숲에서 길을 찾기가 쉽다고 생각하는가? ) 으로 숲에 갔다가 실종되거나 죽는 사람들.... 을 보면, 무서운 이야기 ( 혹은 환타지? ) 가 안 나올래야 안 나올 수 없을거다.


결론은 별 거 없는데, 이야기가 엄청 길어져 버렸구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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