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

공포의 방식.

(주)CKBcorp., 2012. 7. 14. 05:00
반응형



이전 글인 공포의 학습 에 이어지는 글일지도 모르겠다.


오늘 할 이야기는. "어디까지를 공포로 느낄 것이고, 어디까지를 짜증으로 느낄 것인가?" 에 대한 이야기다.


흔한 귀신 이야기를 해 보자.


"어떤 아해가 있었다. 

어느날 철수가 자꾸 놀러가자 했다. 

같이 놀러가려고 했는데 영희가 불러서 안갔다.

다음날 알고보니 철수는 그제 밤에 죽었다."


흔한 패턴이지? 남자주인공 아해가 영희에 흑심을 품고 남자인 철수따위는 제끼고 영희를 따라갔는데, 알고보니 철수는 죽었더라~ 이런거.


그럼, 여기서 한 번 더 꼬아볼까?


"어떤 아해가 있었다. 

어느날 철수가 자꾸 놀러가자 했다. 

같이 놀러가려고 했는데 영희가 막무가내로 잡아끌며 말했다. '철수 어제 죽었다 그랬어!!'. 

나는 놀라 영희와 달아나려는데, 엄마가 날 불러서 엄마에게 갔더니 엄마가 말씀하셨다.

'어제 동네 교통사고 나서 철수와 영희가 죽었다. 그만놀고 문상 갈 옷으로 갈아입어라.' "


이것도 들어본 패턴이지? 남자주인공 아해는 영희에 흑심을 품고 있었는데, 차마 그 뜻을 이루지 못하고 여주인공이 떠나버린다는 비극적인 이야기.


여기...까지도 그리 나쁘다고 생각되지는 않는다. 헌데말이지, 여기서 한 번 더 꼬아보면 어떨까?


"나는 철수, 영희와 매일 같이 놀았다.

어느날 철수가 자꾸 어딘가로 놀러가자 했다. 

어제 놀다 말았기 때문에, 계속 같이 놀러가려 했는데 영희가 막무가내로 잡아끌며 말했다. '철수 어제 죽었다 그랬어!!'. 

나는 놀라 영희와 달아나려는데, 나를 잡은 영희의 발이 보이지 않았다. 

너무 놀라 영희도 뿌리치고 집으로 도망가 엄마를 불렀다. 

집에 가니 자동차가 여러 대 있었고, 어머니는 흰 옷으로 울고 계셨고, 아버지도 검은 옷으로 울고 계셨다. 그리고 이상한 상자 위에는 내 사진이 놓여 있었다. "


봤는가? 세번이나 비틀려 한다면, "세 번 비트는 동안 글의 긴장감을 계속 유지할 수 있는가?" 가 아주 중요하다. 

또한 세 번 비틀기 위해서는 앞에서 필요한 장치들이 많고, 이는 필히 긴 서술을 불러 오고, 결국 글의 긴장감을 떨어뜨린다.

모르겠다. 세번을 넘어서 비트는 게 있는지. 하지만 확실한 건, 매 번 비틀려 한다면, 그 비트는 방식은 모두 다 새로워야 한다는 거다.


예를 들면 

친구가 귀신인 것과, 

친구에게 가지 말라고 부르는 것이 귀신인 것과, 

친구에게 가지 말라고 말리는 친구를 귀신이라고 가르쳐주는 어머니와, 

어머니가 돌아가셨다고 하는 아버지. 


뭔가 패턴이 보이지 않는가?

글쓴이는 이야기를 비틀었다고 생각할 지 몰라도, 이렇게 비트는 방식을 모두 같은 방식으로만 쓴다면, 결국 독자는 해당 글을 식상해 할 것이다.( 그리고 짜증내거나, 당신의 글을 안 보거나 할 것이다. )


고로, 작품의 완성을 위해 너무 많은 반전을 넣지는 말자. 작가는 재미있을 지 몰라도, 너무 많은 반전은 자신의 밑천( 이라 쓰고 "패턴" 이라고 읽는다. ) 을 보여주는 것 밖에 되지 않는다. 



물론 이건 전부 내 생각이고, 맞는지 그른지 판단은 개인이 내릴 것.


 


반응형

'자작' 카테고리의 다른 글

도시락  (0) 2014.11.10
귀신 이야기(실화)  (0) 2012.08.29
귀신  (0) 2012.07.04
공포의 학습.  (0) 2012.07.03
안경  (0) 2012.06.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