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

설정덕후? 고증덕후?

(주)CKBcorp., 2015. 8. 3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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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는 사람들과 잡담을 했는데, 글을 쓸 때 설정을 어디까지 완벽하게 해야 하는가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이야기를 하다보니 "어디까지 자료를 뒤져야 역사 소설을 고증에 맞게 쓸 수 있는가" 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그 이후 다른 이야기를 좀( + 많이 ) 하다가 끝났는데...

그때 이야기를 정확하게 못했는데, 나중에 생각난게 있어서 추가한다. 


아마 이 주제가, 다른 사람들도 비슷하... 지 않을까? 아니면 일부만 생각하는 건가?

아마 대가라면, 구루 guru 라면, 이런 고민 따위는 필요없겠지. 물론 그냥 자판 앞에 앉는다고 설사 싸듯이 좍좍 써 지는건 아니겠지만.


아. 그래서, 뭐냐면, 결론부터 말하면,


설정을 그렇게까지 신경써야 할 필요가 있을까?


어짜피 너님이나 내가 쓰는 건, 전부 허구다. 안그래? 그걸 진짜처럼 보이기 위해 애쓰고 노력하고 고민하고 피똥싸고 각종 꼼수와 지식과 몇 안되는 쪼가리 글을 쓸 뿐이지.


그럼, 이것은 " 완벽한 고증 위에 완벽한 글을 쓴다. " 는 관점이 아니라, "되는데까지 한다" 는 관점이 맞지 않을까?

글을 쓰는 시점에서, 이미 당신은 "거짓말" 을 시작한거다. 단지 그걸 글의 서두에 하느냐, 결말에 하는가, 혹은 어디에도 이야기 하지 않지만 머릿속에 혹은 암시적으로 이야기했거나, 하려고 한 거다.


그러므로 , 뭘 그렇게 신경쓰냐? 어짜피 거짓말인데.

물론, 그렇다고 투명드래곤 수준으로 글을 쓰면 ? 아마도 글쓴 너님 단 한 사람만 만족할 수 있겠지. 


즉, 노력하되, 되는만큼 하면 된다 그거야. "반드시 어느 수준까지 되지 않으면 안된다" 는 절대값이 있는건 아니거든.



또 하나, 이건 좀 다른 이야기인데, 

굳이 설정이 필요한 과거의 이야기를 쓸 필요가 있나?



사람들이 현재의 이야기를 쓰는 이유가 뭘까?

미래를 쓰는 까닭은?

과거는?



쉬운거부터 해보자고.

미래를 쓰는 까닭은?  "데우스 엑스 마키나" 를 사용하고 싶어서 그런거 아냐? 

어떠한 이야기를 만들고 싶은데, 현재의 기술과 사상과 관념과 사회 제도로는 일어날 수 없는, 말이 안되는 이야기.


현재를 쓰는 까닭은 ? 

미래를 가져와야 할 정도로 복잡한 이야기가 없기 때문이지. 현재의 사회, 기술, 생태계로도 가능한거. 그렇지?


그럼 과거를 쓰는 까닭은 뭐야?

간단하지. 쓰고 싶은 이야기가 과거인 거잖아?

설계한 이야기, 혹은 심상에 떠오른 그림이 과거. 

그렇다면, 하고싶은 이야기를 과거 위에서 엮어내면 된다. 단 자신이 거짓말을 쓰고 있다는 것만 알고 있으면 됨. 



물론 거짓말인 것처럼 쓰면 과히 좋지 않겠지. 대략난감.

내 말은, 쓸 수 있는 데 까지 쓰고, 그 이상 안 된다면 어쩔 수 없다는 거다. 최대한 노력은 하되, 안되면 뭐... 안되는 걸 어쩌겠나.


또 하나. 글을 쓰기 위해서, 반드시 모든 걸 알고 있어야 하는건가? 조선 배경 소설을 쓰기 위해 조선왕조실록을 모두 읽고, 육법전서를 다 외고 사서삼경을 모두 통달해야 하는 건 아니잖아? 만일 그래야 한다면, 이지함 소설을 쓰기 위해 토정비결을 다 떼야 되고, 허준 소설을 쓰기 위해 동의보감을 통달해야 하는 거잖아? 예수나 부처 소설 썼다가는 삼위일체로 해탈하겠구만.




[ 이 분들은 "너님을 나님처럼 사랑하라" 고 하셨지 "땅밟고 찬송가 불러서 정화하라" 고 하지 않으셨다. ]


딴짓하면서 썼더니 이야기가 매끄럽게 진행되지 않는데, 

하려고 하는 이야기는 "설정이 무서워서 이야기를 못 한다면, 구더기 무서워서 장 못 담그는" 꼴이 되어버린다는 거다.


짤방 드립을 하고 싶은데, 글을 주-ㄱ 이어서 쓰지 않으니 적절한 짤방이 생각나지 않는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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