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

마감시간

(주)CKBcorp., 2017. 11. 13.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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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고작가님. 이번 계간지 연재 건으로 전화드렸습니다. 초회 작품이 어느 정도인지 빨리 보고 싶네요. 작품은 어느정도 진척이 되셨나요?"

"아하하~ 걱정마쇼! 자~ㄹ 쓰고 있수다! 어찌나 작품이 잘 써지는지 손가락을 주체 못 할 정도라니까?"

"예? 아직 초고 안 끝난 건가요? 저희 교정이랑 제본 검토하려면 오늘은 받아가야 한단 말입니다!!"

"아? 그...그래요? 어쩌지? 아직 다 완성 안 됐는데에~?"

"저 오늘 늦게라도 데스크에 내야 하니까, 밤 늦게라도 주세요. 이전에 말씀하신 대로라면 오늘 저녁 까지는 되겠죠?"

"아...아니, 그게. 박담당. 내가 조금 사정이 있어서... 오늘까지는 조금 힘들거 같은데~. 마감도 아직 일주일 남았고 말야~"

"무슨 소리세요!! 그거 마감이 아니라 인쇄날짜인 거 뻔히 아시면서!! 이번에 늦어지면 저 진짜 짤릴지도 몰라요!! 오늘 12시라도 받으러 갈 테니까 그때까지는 마무리 해 주세요!"

"아니~그게~ 들어봐. 없는 작품을 어찌 넘기나. 나에게도 시간을 좀 줘야 할 거 아닌가 말야~"

"석달 전에 기획된 작품을, 2주 전에 하셨던 말씀 그대로 하시면 어쩌란 말입니까! 그리고 작품이 없다니 무슨 소리세요? 2주 전이랑 아까 이야기와는 다르잖아요? 설마 마무리 중이 아닌 건가요?"

"아니~ 전체적인 줄거리는 마무리 단계인데~ 글로 꺼내려면 시간이 필요하다니까~"

"뭐에요? 구상만 하고 아직 쓰지도 않으신 거에요? 도대체 몇쪽이나 되신 거에요? 그럼 오늘 말고 내일은 받을 수 있는 거에요?"

"아~니~ 흥분하지 말고 들어봐~ 일주일 안에는 다 쓸 수 있다니까 그러네~"

"아니, 고작가님 자꾸 왜이러세요? 진짜 저 짤리는 거 보고 싶어서 그러세요? 퇴고하고 삽화넣고 판형재고 결재받고 인쇄소 오가는데도 일주일이면 빠듯한데, 저희보고 어쩌라시는 겁니까! 예?"

"아니~ 사정은 알겠는데, 작품이 안풀리는 걸 어쩌나! 작품이! 이 놈들이 생각한 대로 안 움직여 주는 걸 어째!!"

"...뭐요? 그럼 작품 구상조차 아직 다 끝난게 아닌 거요?"

"응? 어? 아.아니, 그런 건 아니고....근데 박휘영씨. 당신 말투가 미묘하게 공손한걸? 당신 나한테 이래도 되나?"

"아. 그랬습니까? 죄송합니다. 제가 인기작가 고영수 님을 몰라뵙고~~ 라고 할 줄 알았소? 당신이 아무리 인기작가면 뭐해!! 당신땜에 내가 출판사에서 짤리게 생겼는데! 이번 회 연재분 어서 안 내놔?"

"허.참 나. 창세출판사 많이 컸구만? 나한테 큰소리도 치고 말야? 하여간 없는 걸 지금 내어 놓을 수는 없고, 글은 일주일 내에 나올 테니, 그리 아쇼!!"


마지막 한 마디를 끝으로, 전화기의 신호음은 더이상 전달되지 않았다. 고영수 작가의 목소리는 언제나 당당했다. 과연 우리 출판사가 돈을 주는 게 맞기나 한 걸까? 갑을 관계가 바뀌어도 유분수지, 이건 너무한 거다.


잠깐 궁금해 졌다. 분명히 정기적으로 연재하는 작가가, 마감을 뻔히 알면서, 왜 매번 마감을 지키지 않는 걸까? 더구나 한 두 해 해 먹은 것도 아니고, 소위 프로라는 작자가 말이다. 과연 창작의 고통이, 그정도로 큰 걸까?

크기는 개뿔! 또 룸살롱이니 캬바레니(그나이에!) 나이트니(그나이에!!) 돌아다니느라 시간 다 까 먹은 겔테다. 이 인간은 지가 돈이 있으면 돈 써 대느라 작품을 못하고, 돈 달라고 할 때만 작품 만들어 놓고 돈 달란다. 가끔은 얼굴을 망치로 짓이겨버리고 싶은 때가 한 두 번이 아니다. 돈 아쉬울때 작품 구상이랑 1,2회 분 가지고 연재 따고, 그걸로 선인세 돌리고, 입금되고 나면 그다음부턴 배짱부리고, 나는 부장에게 깨지고.

그뿐인가. 편집, 디자인, 광고 1부, 출판실. 줄줄이 깨져나가고 매 번 그 부서들을 다 돌면서 빌고 빌어야 한다. 내가 왜 그 짓을, 내가 왜 이 짓을 하고 있는걸까? 


2.

"그래서, 고영수 작가'님'께서는 또 도스토예프스키 놀이중이신가?" 

"아. 예. 부장님. 그게...아무래도 분위기 봐서는 아직..."

"그래? 그럼, 이번에도 시간에 못 대면 박휘영씨가 처리할 텐가?"

"...네...그래야겠죠."

"아니. 그럴 필요 없네."

"네?"

"전에 이야기한대로, 이번에도 늦으면 고영수씨와의 계약은 해지할 생각이네."

"예? 그럼 작품 연재는 어쩌구요? 이미 광고도 다 나갔잖아요!!"

"당연히 취소시켜야지. 사과 지면도 싣고."

"아니..그... 들인 돈이 얼만데..."

"그럼! 들인 돈이 얼만데! 아마도 저번처럼 시말서 정도로 끝나지는 않을 걸세."

"예?"

"고영수씨가 이번에도 마감을 넘기면, 자네가 최종 책임을 지고 사직서를 써야 할 걸세."

"부장님!!"

"원래 내일까지였지? 하루 말미 더 두지. 이번달에는 창립기념일이 있으니 말야. 모레 여섯 시까지 원고가 내 책상 위에 있지 않는다면, 창세출판사와 자네와의 인연도 거기까지겠구만."


3.

나는 어찌해야 할까? 가서 빌어야 되나? 아니면 내가 가서 대필이라도 할까? 아니, 그런다고 2단 32쪽이나 되는 작품이 나올 수 있기나 할까? 아까 전화로 그렇게 목소리를 높였는데, 뭘 사서 들고 가야 되지? 가서 또 옆에서 보고 있어야 되나?

아니, 그보다, 내가 왜 그래야 되지? 잘못은 내가 한 게 아니라 고작가 놈이 한 거잖아? 우리 출판사에서 돈을 안줬나? 기간을 짧게 줬나? 간섭을 하기나 했나? 아.. 간섭을 안해서 그런가? 


간섭? 그러고보니 고작가 그자식, 마감이 코 앞에 닥쳐야 글을 쓰는 녀석이었지. 생각해보니 오히려 마감 닥쳐 쓴게 훨씬 더 작품이 좋았어. 똥구녘에 힘주고 딱 자리에 앉아서 집중해서 쓰는건가? 

아니지.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잖아! 저 빌어먹을 고작가 때문에 내가 왜 잘려야 되는 거냐고! 과연 고작가는 모레까지 작품을 쓸 수 있을까? 아니 쓸 능력이야 되겠지. 그런데 쓸까? 과연 고작가 성격에? 그럼, 나는 어찌해야 하지? 문 앞에서 기다려야 되나? 고작가 뒤에서 지켜보고 있어야 하나? 

뒤에서?

뒤에서!!


4.

누군가가 문을 두드리며 말한다.

"고작가님? 댁에 계신지요?"

고작가는 문으로 나가며 생각했다. '그렇잖아도 슬슬 써내지 않으면 정말 위험한데, 이렇게 위험한 때에 누가 와서 방해질이지?'

"어이구 박휘영씨!? 웬일이셔? 이렇게 왕림을 다 해 주시고? 작품 이야기는 이미 전화로 다 해 드렸을 텐데?"

"아. 고작가님. 그게 말입니다. 우리 이부장님께서 고작가님께 너무 심했다고, 제가 한 소리 들었습니다. 직접 가서 사과드리고, 작품도 확인하라고 하셔서, 왔지 말입니다."

"글 쓰는데 방해되게 무슨 짓인가? 게다가 날 못 믿고 감시까지 붙이겠다고? 내가 이런 치욕을 받아들여야 하나? 내가 누군 줄 알..."

"자.자. 그렇게 화내시 마시구요. 저야 작가님과는 달리 직장과 상사에 매인 몸이니, 시키는대로 할 수 밖에 없는거 잘 아시잖아요. 아까 전화 이야기도, 이부장이 저 짜른다고 하도 쪼아대니까 그런거죠. "

고작가는 생각했다.

'이자식이 무슨 수작이지? 전화로는 그렇게 쪼아 대더니만??' 

"고작가님 좋아하시는 조니 워커 그린 사왔으니, 넘 서운해 하지 마시지 말입니다?"

"음... 자네는 역시 작가와 창작과 풍류를 아는 남자구만. 내가 작업 때문에 시간이 없긴 하지만, 멀리서 손과 발의 수고로움을 마다하지 않고 찾아와 주었으니, 이야기를 들어 보자고?"

고작가는 걸쇠를 풀고 문을 열었다. 문 앞에 서 있는 박휘영 담당 기자는, 얼굴에 가득 웃음을 띄고, 한 손에는 확실히 조니 워커 그린을 들고 있었다. 거꾸로, 

"어? 헌데 자네 다른 손에 든 더플백은 뭔가? 그리고 왜 병을 거꾸로 들고..."

"아. 이거요?" 박담당이 더플백을 들어올리며 이야기했다.

"고작가님 긴장에 도움이 될 물건들이죠."

그는, 오른손에 든 조니워커 그린을 고작가 머리에 내려쳤다.

"악!!"

병이 박살나고, 진한 위스키가 머리에서 거실로 흩날리면서, 달콤한 향기와 피 냄새가 집안에 퍼져나갔다.


5.

"고작가. 정신이 드나?"

"으....박..휘순 네 이놈! 뭐 하는 짓이야! 이 줄 안 풀어? 그리고 의자에 묶으려면, 손도 묶어야 할 거 아냐? 이 한심한 인간아!"

"쯧쯧쯧... 고작가. 두 손을 묶으면, 글을 어찌 쓸 것인가 말야?"

"글? 지금 이 판국에 글 타령이 나오나? 지금 박담당 니가 한 짓을 봐! 이정도면 범죄 수준이라고!!"

"범죄...라. 그럼 한 사람을 만성 위궤양에, 원형 탈모에, 편도선 등등에 걸리게 하고, 회사에서 짤리게 만들고 배상금까지 물게 만든 네놈이 한 짓은 범죄가 아닌가?"

"그건 박담당 네놈의 출판사가 이상한 게지! 원고 좀 못 받았다고 담당 짜르고 배상금 물리는 출판사는, 그 자체가 불법 행위라고! 너처럼 말야!!"

"흠....고작가 네놈의 생각은 말야. 언제나 흥미로워. 어떻게 우리 출판사 생각은 눈꼽만큼도 안하지? 광고도 때리고, 선인세도 줬는데 말야."

"작가에게 그정도 투자는 당연한 거 아닌가! 창세출판사 아니더라도 갈곳은 널렸어! 당신 이러고도 내가 다음 작품 계약할 거 같나?"

"역시 고영수 작가님! 발목이 없어도 입 하나는 청산유수시구만!!"

"뭐...뭐라고? 발목? 아악!!"

그는 고개를 이리저리 돌렸다. 확실히 책상 위에는 누구 것인지 모를, 인간의 발처럼 보이는 물건이 놓여 있었다. 

박휘영 담당은 말을 이어나갔다.

"마취제가 비싼 덕인지, 고작가 당신 입담이 좋은 건지 모르겠지만, 확실한 건 난 이번만큼은 참을성이 그리 많지 않다는 거지. 그리고 인체 조직이 괴사하지 않고 무사히 수술이 가능한 시간은 현대 기술로는 대략 십 수 시간이 최대라구. 즉, 고작가 당신이 약... 열시간 남짓 안에만 책상 위의 저 발을 들고 병원에 간다면, 최소한 남은 삶 동안 지팡이를 짚을 필요는 없을 가능성이 높다는 거지."

"이...런 미친...이 미친놈아!! 빨리 이 줄 풀어! 빨리!!"

"흠..고작가. 내가 당신이라면 말야. 그 줄 풀려고 악쓰는 시간에 작품을 쓰겠어. 왜냐구? 그래야 나 박휘영이 당신 작품이랑 당신을 모시고 병원이랑 출판사에 갈 테니까 말야."

"뭐가 어째? 내가 왜 그런 미친 소리를 너같은 또라이한테 들어야 하냐?"

"두 발 잘려서 휠체어 타는 것 보다는 나을 테니까. 안그래?"

"..."

"자~자~ 고작가님. 어서 쓰라구! 어서! 당신의 소중한 발이 썩어가고 있을 지도 모르잖아? 이것도 다 고영수, 당신의 작문 실력을 높게 봐서 그런거야. 당신이 아니라면 과연 누가 2단 32페이지 짜리 연재물 한 편을, 고작 열 시간 만에, 쓸 수 있을까?"

"으..으으... 박휘영 이 개새끼이~"

"개새끼? 그럼 이런 상황 나오기 전에 잘했어야지. 고작가 니가 원고만 잘 줬어봐. 이런 일이 생겼나. 결국 남 탓 할 필요 없어. 다 고작가 니 탓이야!"


6.

"다....됐다."

"호오...정말 쓸 수 있는 인간이 있기는 있었구만. 열시간만에 32쪽이라. 훌륭해! 이것 보라구! 하려면 할 수 있잖아?"

"닥쳐! 메일로 원고 보냈으니 어서 구급차나 불러! 이 개자식아!"

"이 봐.고작가. 원고가 완성된 마당에 내가 왜 구급차를 불러야 되지? 내가 당신을 죽여버리지 않고 구급차를 불러주면, 당신이 나를 신고하지 않는다는 보장이라도 있나?"

"...!!"

"하하하핫! 뭘 그리 소태 씹은 표정을 하나? 이정도 생각은 당연한 거 아닌가? 당신 원고가 늦어져 이판사판 마음이었다만, 이제 원고가 생겼으니 나도 살 궁리를 해야 되는게 당연하지 않은가?"

"박휘영 이 미친 새꺄! 나 죽이면 시체는 어쩔래? 이 방 안에 지문은? 그리고 사체를 처리하는게 그리 쉬운 일인줄 알아? 설사 불을 질러도 사체가 타 없어지기 전에 경찰이 불 보고 온다고 새퀴야!! 언능 전화 안 해?"

"알아. 나도 안다고. 명색이 글쟁이 직업인데, 그정도도 모를라고? 난 고작가 당신처럼 약속 씹어먹는 사람은 아니니 걱정말라고. 지금 당신 양손이 자유로우니, 팔목부터 의자 뒤로 돌려묶인 테이프를 푸는데 한시간은 안 걸릴꺼야. 당신이 알아서 풀고, 당신이 알아서 구급차던 뭐던 부르라고. 그동안 난 난장판좀 정리하고, 증거 좀 치우고 할테니."

"너...이자식, 내가 고소해서 꼭 감방에 쳐 넣고 말테다!!"

"그래! 알아서 잘 해 봐! 너무 늦지만 말고 말야! 책상에 있는 니 다리 잘 붙이려면 말이지!!"

마지막 말과 함께 박휘영 담당은 사라졌다.

고작가는 급했다. 빨리 끈을 풀고 구급차를 부르지 않으면 자신은 남은 생을 정말로 목발 짚고 다녀야 할 지도 모른다. 마음은 급한데, 뒤로 묶인 끈을 풀기가 전혀 쉽지 않았다. 박휘영은 이미 사라져 없었다. 하지만 경찰 신고 보다는 자신의 발이 더 중요한 거 아닌가. 손이 잘 닿지 않아 발버둥을 쳤다. 발버둥....

"응?"

그의 오른 발이... 달려있었다. 발목에. 어찌된 거지? 그럼 저 책상 위에 있는 발은? 발에 감각이 없는 걸 보면, 분명히 잘린...

"젠장! 마취제에 속았구나! 박휘영 이놈!!!"


7.

"그러니까 형사 양반, 박휘영 그 자식이 날 때리고, 묶었단 말이오!"

"아니 고선생님. 자꾸 같은 말을 반복해서 하시는데, 증거를 같이 내 주셔야죠. 선생님 이야기만 반복하시면 어쩌십니까."

"뭐요!! 내가 거짓말이라도 한다는 거요?!"

"아니 그게 아니라, 일이란 건 절차가 있는 건데, 증거도 없이 본인 주장만 내세우시면 어쩌십니까? 그렇게는 안 돌아가는 거라니까요?"

"이봐! 증거를 찾는게 당신네들이 할 일 아닌가! 그러라고 내가 월급 주는 거잖아?"

"아니 상식적으로 생각해서, 작가가 원고 늦게 줬다고 담당 기자가 작가를 묶어 놓고 구타하고 살해위협을 했다는 게 말이 됩니까? 무슨 사채업자도 아니구 말이죠."

"그걸 내가 어찌 알아! 그 놈이 그런걸!"

"제가 박휘영씨에게도 전화해서 알아봤는데, 지금 회사에서 일 하고 계시더라구요. 선생님이 원고 빨리 써 줘서 안 잘리게 됐다고 감사하다고요."

"그거야 어제 그 놈이, 내가 원고 안 쓰면 죽일것처럼 했으니 그랬지!"

"아니, 사람을 죽이려 하고, 구타하고, 발목까지 잘랐다고 하는 사람이 다음날 직장에 멀쩡하게 출근합니까? 경찰이 잡으러 올게 뻔한데?"

"그거야 내가 어찌 아나? 그놈이야 그놈 속이니, 내가 알 바 무엔가!!"

"그리고 발복 잘리셨다는 선생님은, 발목이 셋 정도 되시나보죠? 지금 멀쩡하게 잘 서 계시잖아요?"

"그거야 그놈이 날 겁주려고 한 거라니까! 이 마네킹 발목에 피떡칠 해서, 날 놀린거야! 감히 나를!!"

"그게, 선생님께서 직접 칠해 오신 건지 어찌 압니까? 마네킹이나 선생님 댁에서 박휘영씨 지문이 나온 것도 아니고 말이죠."

"나를 못믿겠다는 건가? 감히 나를? 이 고영수 작가를?"

"으으~ 이보쇼. 계속 같은 얘기만 반복하는데, 더 이상 말 안 할 테니 잘 들으쇼! 당신이 이야기하는 폭행 사건, 감금 사건, 상해 사건이, 전부 당신 혼자의 증언일 뿐이고 다른 증인이 없어. 그리고 끈이던 마네킹 발이던 술병이던, 박휘영씨의 지문이 없어. 그리고 상해를 입히고 살해 위협을 했다던 사람은 멀쩡히 출근해 있고 말야. 한마디로 증거가 부족하다고! 당신, 계속 우겨대면 재미없을 줄 알어! 공무 방해로 쳐 넣기 전에 언능 집으로 꺼져버려!!"


"야 이 빌어먹을 새퀴들아! 사람이 죽기 전에는 눈도 꿈뻑 안 할 새퀴들아!!"

고영수 작가는 경찰서를 나오며 소리쳤다. 그때였다. 박휘영 담당에게서 전화가 왔다.

"고작가님! 원고 감사드립니다!! 덕분에 이번 연재분은 여유롭게 싣을 수 있을듯 합니다."

"고작가 이놈! 기다려라! 내가 아무리 비싼 변호사를 사서라도, 네 놈은 감방에 쳐 넣어 주마!"

" 아하하하~ 그래요? 선인세 갚으려면 열심히 글 쓰셔야 할 텐데, 변호사 만날 시간이 나실런지 모르겠네요! 그리고 전 오늘부로 고작가님 담당에서 벗어나게 됐습니다! 이것도 다 작가님께서 10시간만에 작품을 써 주신 덕이지요." 

" 이자식! 너 거기서 가만히 기다리고 있어라! 앙! "

" 고작가. 당신 아직 정신 못 차렸나 본데, 우리 출판사도 더이상 못 참어. 이번엔 마취제로 가볍게 넘어갔지만, 다음에도 원고 늦는다면 그땐 마네킹으로 끝나지 않게 될꺼야. 이번엔 우리 실력을 보여 준 것 뿐이라고. 당신이랑 같이 놀던 이양수 작가 며칠전부터 안나오지? 세브란스 병원에 입원했으니 문병 가 보라고. 그 쪽 담당은 나보다 좀 센 분이라, 마취제 없이 바로 작업했다더군. 나니까 그정도에서 끝난 줄 알어! 앞으로 5회 더 남았으니, 그동안 잘 해 보자고! "


고작가는 박담당의 마지막 말에 할 말을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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