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공부.

(주)CKBcorp., 2022. 3. 26. 1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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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 공부 

2012-08-30 출판. 280쪽. 

지은이 이동현

출판사 필로소픽

 


한줄요약 : 치매 어머니와 살아가는 삶.

 


저자는, 이동현씨다. 아는 사람은 알고 모르는 사람은 모르는 사람인데, "이동현의 무역일기" 하면 나이 드신 분들 중에서는 아시는 분이 계실거다. 이 분은 무역신문에 기고하던 글이 유명해져서 책도 시리즈로 내고, 이후 자영업 - 무역 - 으로 전환해서 쭉 그 길로 나가다가, 결국 장사에 관한 책 - 100만원 경영학 - 도 쓰신 분이다.

 

장사 - 사업 - 무역 관련 책을 다섯 권이나 내신 분이, 뜬금없이 어머니 이야기라니... 라는 생각으로 관심을 갖게 된 책이다. 들어가보자.


저자인 이동현씨의 어머니는 현재( 책 출판 기준 ) 치매다. 이동현씨 나이도 45세 - 50세 정도 되는 거 같고. 어머니 또한 연세가 꽤 되시는 거 같다. 이동현씨는 가정이 없고, 집에서 부모님과 같이 살았는데, 아버지는 책을 내는 시점 근처에 돌아가신 거 같다. 즉, 노모를 모시고 사는 자영업자 사장인 나이든 아들이, 단독주택에서 어머니의 치매를 돌보며 살아가는 이야기.

책은, 일기다. 에세이나 수필이라기 보다는 일기 형식을 띄었고, 실제로도 일기를 보는 듯 하다. 이동현씨가 일기를 꾸준히 쓰고 계셨고, 책을 다섯권이나 낸 작가지만, 글 풀이가 우아하고 힘있고 아름답고 빼어나지는 않다. 투박하다는 표현이 맞다. 딱 보면 일기를 보는 느낌인데, 딱히 거부감이 들지는 않는다. 글에서 어머니 치매 간병, 진행 , 변화를 이야기하기 때문에, 오히려 날짜 흐름을 알 수 있는 일기 양식이 더 편한 부분도 있다.

내옹은 그리 많지 않다. 일기 형식이고, 글에 어려운 내용도 없고, 분량도 300쪽 전후라 쉽게 읽힌다. 책 앞쪽에는 이동현씨 부모님 - 책의 주인공 - 의 삶의 흐름, 그 배경이 되는 친가와 외가의 가족들에 대한 이야기를 해 준다. 그 다음은 본인인 이동현씨의 간단한 약력. 이는 이동현씨가 치매 어머니의 간병을 왜 이런 형식 - 서울 + 아파트 아닌 주택 + 재택간병 + 사무실 동행 - 으로 하려고 했는지 설명하기 위해서이다. 그리고 부모님, 본인의 배경 설명이 끝나면, 어머니, 아버지의 병세, 생활 패턴, 치매의 대응, 이동현씨 본인의 대응, 간병 결정, 방법, 진행 등을 풀아낸다.


책을 읽지 않고 이렇게만 보면 "치매 노모 간병기" 로 보일수도 있지만, 실제로는 이 책은 치매 환자 간병기는 아니다. 간병 내용이 주로 써 있는게 아니라, "삶을 오래 살아오신 늙은 어머니의 생각과 행동을, 인생을 반을 넘게 살아온 아들이 하나하나 이해해 가는 과정 " 이 쓰여 있다. 이게 메인인데, 관찰 대상이 되는 어머니가 현재 늙고 치매이니, 그에 관한 - 간병, 증세, 대응 - 내용들이 글에 더해 나오는 것 뿐이다. 

작가의 일상은 이렇다. 어머니를 데리고 ( 모시고 ) 본인 사무실로 가서, 본인 사업 업무를 본다. 업무가 끝나면, 어머니를 모시고 집으로 와서, 다시 어머니를 모시고 운동(재활)이나 병원을 가고, 끝나고 집으로 돌아온다. 어머니의 치매를 돌보기 위해서 사업 규모, 일 하는 시간은 줄였다. 간병인이나 요양센터 없이 오롯이 본인이 24시간 돌본다. 그냥 24시간 붙어있는다고 보면 된다. 아침에 일어나면 어머니를 씻긴다. 목욕, 산책 및 재활, 돌봄, 병원 통원 치료, 증세 개선용 놀이치료 등을 24시간 어머니 옆에 붙어서 24시간 어머니와 함께 한다.

 

 

모르는 사람들이 보면, "24시간 어머니 곁에 붙어서 수발을 들으니, 개인시간은 어떻게 가질 것이며, 치매환자의 짜증, 화 같은 건 어떻게 받아낼 거고, 남자가 어머니를 간병하니 용변, 목욕 등에 얼마나 고생이냐" 고 생각할 지 모르지만, 이동현씨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책에서 "환자를 돌보는 데 가족이 돌볼 생각을 안 하고, 타인인 간병인이나 요양 기관에 맡기고 내벼려 두는 게 무책임하다" 라는 입장이다. 오롯이 24시간을 쏟는 것을, 본인이 대단한 효자이거나 자신이 엄청나게 희생한다고 생각하는 게 아니다. 

 

뭔가 이상하다고 생각한다면, 당신은 매우 정상이다. 요즘은 치매 같은 노인성 질환이나 중증 질환에 대해, 환자의 돌봄 책임을 가정이나 가족, 개인에게 돌리는 게 아니라 국가에서 그 부담을 덜어주려고 하고, 그게 재가요양 지원금이라던가 요양센터 지원, 간병인 지원 같은 거다. 의료보험 테두리 안에 넣으려고 하는 거지. 이렇게 하는 까닭은 예전같은 대가족이 아니라 가족 구성원이 1 - 2명 수준이라, 가족 중 누군가 병에 걸려 버리면, 구성원 모두가 생활이 망가질 위험성이 옛날보다 높아졌기 때문이다.... 이야기가 딴쪽으로 샜다. 

 

어쨌던, 이동현씨는 어머니를 24시간 돌보는데, 본인은 그게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왤까?

 

1. 본인이 결혼을 안했다.

가족도 없고 아이도 없으니, 오롯이 어머니를 돌봐도 문제가 될 다른 사람들이 없다. 만약 이동현씨가 가정이 있어서 아이가 둘이고 그 둘이 고3 / 대 1 이라면, 학비 학원비 버느라고 직장 말고 부업 할 가능성도 높고, 일을 줄이면서까지 수입을 줄이고 어머니에 시간을 쓸 수 없을 거다. 

 

2. 개인사업 + 유통업을 한다.

만일 일반적인 직장인이었다면, 직장에 어머니를 모시고 가는 게 불가능했을 거다. 후술하겠지만, 어머니는 아들이 놀이치료를 지속하고, 계속 말을 걸어주고, 운동시켜주고, 병원에서 새로운 치료 방법을 찾는것으로 상태가 호전되었다. 그런데 직장인이었다면, 이 대부분을 시도하지 못했을 테고, 치료 또한 지속하기 힘들었을 거다.

또한, 사업자라도 예를 들어 자동차 판매원 - 영업직 - 이라던가, 식당이라던가 하는, 장소에 매여있거나 손님 / 고객과 지속적 응대가 필요한 일을 한다면, 어머니를 돌보면서 돈을 버는 게 불가능했을 거다.

이동현씨는 심지어 어머니 간병을 위해서, 모든 제품 문의와 응대는 이메일로 돌려버렸고, 업무 시간도 4-6시간 정도로 줄여버렸다. 유통업이 주 업무인 자영업자가 이런 업무 방식을 쓴다는 건, 사업의 확장은 고사하고, 유지도 간당간당한 정도다. 

업무 장소도 개인이 전부 다 사용할 수 있는 사무실이고, 다른 사람이 없고, 화장실이 딸려 있으니 사무실에 어머니를 모시고 가는 것도 문제가 안 되는 걸 꺼다.

 

3. 본성.

치매에 걸리면, 그동안 사회 생활 하면서 억압했던 본성이 튀어나오는 것 같다. 치매가 걸리면, 이성의 끈이 느슨해 지는 거 같은데. 심지어 성인, 도덕군자, 대학자라도 제어가 풀리는 것. 그러다보니 본성이 튀어오는 거지. 이러니 평생에 걸쳐 마음을 닦아도 치매가 걸리면, 그걸 다 날려먹고 어린애가 되는 거.  

근데, 책을 보면 이동현씨 어머님께서는 다른 분들과는 다르게 천성이 매우 착하신 분 같다. 순하다고 해야되나... 딱히 화려한 걸 즐기는 분도 아니셨던 거 같고. 욕심이 없고, 조용하며, 나를 드러내려 하지 않으니 남이 봐주길 바라지도 않고. 그러니 치매에 걸려도, 땡깡부리거나 그런 게 적은듯. 

 

 

 

책에서, 치매에 관해 주목할 만 한 내용이 몇가지 있다. 정리해본다.

 

1. 꾸준한 운동이 중요.

병원에서 권유하는 놀이치료 + 매일 몸을 움직이는 - 산책 같은거 - 운동치료가 어마어마하게 중요하다. 아무래도 간병인이나 요양병원에 부탁하게 되면 이게 잘 안 된다. 여러 사람이 한사람을 돌보는 가족과, 한 사람이 여럿을 돌보는 요양병원 / 간병인에서 시간 할당이 다를 수 밖에 없지. 근데, 이걸 꾸준히 하는 게 매우 중요하다고 한다.

 

2. 침. 한약.

이동현 씨가 치매 어머니를 상담하려고 병원에 갔더니, 병원 의사가 딱 3분 상담해 준다고 불평하는 이야기가 나온다. 이건 한국 의료보험 아래서는 방법이 없긴 하다. - 억울하면 돈 내고 개인 주치의 써야지 - 하여튼 그래서, 의사 쪽에 불만이었는데, 누가 한방 병용 치료를 해 보라고 해서, 가 봤다고 한다. 처음에는 "양방도 못 고친 걸 한방이? " 라고 부정적인 생각이었는데, 막상 해 보니 효과가 좋고 개선이 되어서, 매우 만족하고 있고 계속 통원한다고 한다. 즉, 양방도 가고, 한방도 가고. 

이동현씨의 말로는,

양방 쪽은 현재 어머니의 치매가 더 나빠지지 않도록 하는 처방을 주로 주고, 당장 처치해야 되는 것을 주로 하고,

한방 쪽은 몸 자체의 회복력을 높여서 간접적으로 치매나 노인성 질환을 개선하는 쪽으로 치료한다고 한다.

그래서 둘 다 병용하니 양방만 했을 때보다 낫다는 것. 

무엇보다 치매에 걸리고 자립보행이 힘드셨는데, 한방 치료를 통해 자립 보행 ( 땅만 보고 걸을 정도로 허리가 굽어 보행기로 다니다가, 한약 + 침 + 마사지 치료로 지팡이 짚고 앞 보고 자립 보행 가능하게 개선 ) 이 가능하게 되고,  자율 거동폭이 넓어지니 어머니 기분도 좋아지고, 여러가지 풍광을 보게 되니 치매도 덜어지더라. 

라고 한다.

 

3. 병세의 민감한 관찰.

저자는, 간병을 할 때 그 간병을 매우 자세히 관찰해서 하는 것을 추천한다. 무슨 소리냐면, 이게 약간 까다로운 손님에게 물건 파는 것과 같은데.

간병을 일반적인 방법으로, 동일한 처방만을, 기계적으로 반복하는 건 환자의 병증 개선에 도움이 안 된 다고 한다.

외부인이나, 가족이라도 간병을 안 하고 문병만 하는 사람은 알아챌 수 없지만, 치매라고 해도 꾸준히 관찰해 보면, 치매가 심해질 때가 있고 덜 해질 때가 있고, 몸의 컨디션이나 날씨, 음식에 따라서 그 정도가 꽤 널을 뛰는 것 같다.

그래서, 예를 들어 대소변이 잦아지면, 환자 내장을 생각해서 음식량을 줄여서 부담을 줄이고, 

운동빨이 잘 안 받으면 기존 쓰던 지팡이 대신에 직접 손을 잡아서 보조해주고, 

낮선 사람이 많아서 = 예를 들어 친척 방문. 치매환자가 기억을 못 하면 친척이 아니라 낮선 사람일 뿐. 내 방에 모르는 사람 와서 앉아있으면 불안한 게 정상 = 환자가 불안해 한다면 밖으로 데리고 나간다던가.

이런식으로 세심하게 관찰하고 간병하면, 병의 진행을 막고 환자의 안정에 많은 도움이 된다고 한다.

 

 

이동현씨가 쓴 책이고, 치매 어머니에 관한 책이라서 읽기 시작했지만, 막상 읽게 되면 마치 이동현씨와 대화하는 듯한 느낌이 든다. 이건 이동현씨가 일기를 기초로 책을 써서, 그때의 감정이나 생각이나 원리를 생생하게 알려주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든다.  안네의 일기를 읽을 때도 그렇지만, 본인의 생각과 감성을  스크리닝 없이 솔직하게 써 낸 글은, 마치 글과 대화하는 느낌이다. 

혹시 나이드신 노모가 계신 사람이 주위에 있다면, 선물해 보는 것도 괜찮을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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